[ET단상]ICT에 SW가 보이지 않는다

지난해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시장에서 30.4% 점유율로 애플을 따돌리고 세계 1위에 올랐다. 정보통신기술(ICT)처럼 우리가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경우가 또 있을까 싶다. 하지만 소프트웨어 현실을 들여다보면 마냥 기뻐할 수 없다. 스마트폰에 사용되는 소프트웨어는 안드로이드와 같은 외산 기술에 전적으로 의존한다.

[ET단상]ICT에 SW가 보이지 않는다

지난 5년간 정부에서 역점을 두고 추진했던 ICT융합은 어떠한가? 자동차를 비롯해 바이오· 나노·국방·조선 등에 ICT를 접목하는 융합 산업에서도 소프트웨어는 보이지 않는다. 현대차는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내면서 일본 도요타와 독일 폭스바겐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면 역시 소프트웨어가 문제다. 자동차업계 애플이라 부르는 BMW나 무인자동차로 20만km를 주행시킨 구글과 비교하면 큰 격차를 느낀다. 2012년 세계 IT기업 시가총액 상위 1위부터 5위까지를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IBM, 오라클이 차지하고 있다. 모두 소프트웨어 기업이다. IT 업계를 호령하던 시스코, 노키아, 인텔과 같은 하드웨어 업체는 모두 5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정작 우리 ICT는 세계 흐름에서 한 발 떨어져 있다. 몇 가지 문제 해결 없이는 과거 전철을 피하기 어렵다. 먼저, 정책 수립과 실천이 소프트웨어를 정조준해야 한다. 지금까지 ICT 정책은 주로 하드웨어나 통신전문가가 담당해왔다. 하드웨어와 통신정책 틈바구니에서 소프트웨어는 묻혔다. 소프트웨어는 무형의 지적 산물로 만드는 방법부터 평가가 다르다. 하드웨어는 매뉴얼과 설계도만 가지고 흉내 낼 수 있지만, 소프트웨어는 소스 코드를 통째로 넘겨받아도 이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가 어렵다. 이는 곧 개방·공유·협업이라는 소프트웨어만의 독창적인 개발 문화를 만들어냈는데, 이를 고려하지 않으면 소프트웨어를 제대로 겨냥하기 어렵다.

많은 사람이 소프트웨어 복잡도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것도 문제다. 스마트폰에 사용되는 리눅스 운영체제는 약 1억 라인의 복잡도를 가지는데 이를 환산하면 5000명의 개발자가 꼬박 5년을 개발해야 하는 규모다. 여기에 유지 보수를 감안하면 규모는 배 이상 늘어난다. 최근 정부와 기업에서 십분의 일도 안 되는 예산으로 유사한 프로젝트를 추진한 사례가 있었는데 이는 계란으로 바위 치는 격이다. 의사 결정 과정에 소프트웨어 전문가를 충분히 참여시켜야 시행착오를 피할 수 있다. 지금이라도 혜안을 가진 국내외 소프트웨어 전문가를 모아 소프트웨어 미래를 논의해야 한다. 소프트웨어 싱크탱크나 국가적 차원 소프트웨어 전담연구소를 만드는 것이 좋은 방법이다.

소프트웨어 교육시스템도 원점부터 다시 검토해야 한다. 만나는 기업마다 소프트웨어 개발자가 없다고 아우성이다. 어떤 사람은 스티브 잡스나 마크 저커버그와 같은 천재가 나오지 않는다고 불만을 털어 놓는다. 양과 질 면에서 수급이 심각하다는 얘기다. 최근 미국에서는 오바마 대통령이 초중고생을 위한 STEM(Science, Technology, Engineering, Mathematics) 교육 혁신을 주장하면서 소프트웨어 조기 교육을 실천하는 `런 투 코드(Learn-to-Code)` 운동이 일어나고 있다. 미국이 STEM과 소프트웨어 중심의 교육 시스템에 미래를 걸겠다는 이야기인데, 이는 중국의 과학기술 우대정책에 위기감을 느낀 선택일지 모른다. 반면 우리 컴퓨터 중등교육은 단지 오피스 사용이나 웹 서핑을 위한 컴퓨터 활용 방법에 그쳤었고, 그나마 지금은 존재하지도 않는다.

고등교육도 예외가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소프트웨어를 단지 프로그래밍을 위한 기능 정도로 여긴다. 하지만 소프트웨어는 수학적 논리체계와 알고리듬 사고를 강조하는 하나의 학문이며 프로그래밍은 구현 방법에 지나지 않는다. 따라서 로직과 알고리듬 중심의 소프트웨어 교육을 통해 창의력과 문제 해결능력을 극대화시킬 수 있다. 우리도 미래 국가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학생들이 이러한 소프트웨어 교육을 쉽게 접할 수 있도록 교육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

우리나라 경제활동인구가 5년 후인 2018년에 정점을 찍는다. 경제활동인구가 국가의 성장잠재력을 나타내는 중요한 지표다. 이번에도 대한민국 소프트웨어를 바로 세우지 않으면 5년 후에는 너무 늦을지 모르겠다.

유민수 한양대 컴퓨터공학부 교수 msryu@hanya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