융합 시대다. 과학기술계도 인문학적 사고를 요구한다. 그러나 이혜숙 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WISET) 소장은 “무엇보다 사람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사람이 함께 하는 것. 이 소장이 말한 융합 첫걸음이다. “과학기술계에 융합을 앞당기는 방법이 있습니다. 남자와 여자는 생각하는 방식, 문제 접근 방법, 소통 기술 등 약간의 차이가 있습니다. 이를 인정하고 남성 중심 과학기술계에 여성이 어느 정도 함께 하는 것이 과학기술계가 융합의 길을 걷는 첫걸음이 될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아직 미국처럼 다양한 민족이 있는 건 아니다. 그래서 가장 다른 문화가 여성이란 것이 이 소장 생각이다. 이 소장은 “우리 사회가 혁신이나 융합을 빨리하기 위해 지금까지 척박했던 곳에 여성이 들어가는 것”이라며 “인구 절반이 여성이란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는 아직까지 남성이 소득을 책임지는 경향이 강하다. 여성 소득 비중이 높지 않다. 이 소장은 “이런 상황에서 국민소득 4만달러 달성은 어렵다”며 “국민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여성이 일하고 벌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사회는 여성을 `두 번째 수익원(Second Income)`으로 생각하라는 주문이다.
“일과 가정을 여성에게만 전가할 것이 아닙니다. 가정에서 아버지 역할이 점점 줄어든다고 합니다. 아버지도 보육을 할 수 있는 일자리 환경이 조성된다면 누구든 아이를 돌볼 수 있습니다. 회사든 연구소든 여성을 채용하면 보육 시설이나 복지를 위해 무엇을 해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여성을 `비용`으로 느끼는 거죠. 분위기가 바뀌어야 합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공약을 통해 `미래 여성 10만명`을 양성하기로 밝혔다. 미래창조과학부는 과학기술 융합으로 창조경제를 실현하고자 한다. 이 소장은 “융합이 되려면 소통이 돼야 한다”며 “소통을 잘하는 여성과학기술인의 역할이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WISET은 미래 여성인재 10만명 가운데 3만명은 여성과학 기술인으로 채울 계획이다. 이 소장은 “정책에 맞춰 첫단계로 5년안에 30%를 확충하는 것이 목표”라며 “과학기술계가 ICT와 융합하고 창조경제의 한 축이 될 때 여성과학기술인이 이정도 역할은 해줘야 한다”고 밝혔다.
WISET가 보유한 여성과학기술인 네트워크를 활용해 리더십을 향상시킬 수 있는 연수과정과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것이 이 소장 계획이다. 그는 “3만명이라는 가시적 목표가 생겨 전주기적 여성과학기술인을 육성하겠다”며 “중·고등학생부터 여성과학기술인 리더까지 연결시키는 네트워크를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앞서간 사람이 뒤따라오는 사람에게 비전을 보여줘야 합니다. `공학 소녀(여성과학기술인을 꿈꾸는 학생)`가 지식의 무게에 눌려 힘들어 할 때 선배로서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해주는 거죠. 이공계 기피 현상을 해결하고 융합을 실천하기 위해 여성과학기술인이 반드시 제 역할을 해야 합니다.” 이 소장이 생각하는 과학기술의 융합은 `여성`이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