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소재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 `퍼스트 무브(First Move)` 전략을 마련한다. 우리나라가 제조강국으로 부상했다지만 소재산업은 국내 기술 제조업에서 여전히 가장 취약한 분야다. 대일 무역 역조 주범으로도 꼽힌다. 정부는 유망 소재에 최장 30년간 연구개발(R&D)을 돕는 등 파격적인 지원으로 기초산업 경쟁력을 끌어올리고 신성장동력을 확보한다는 목표다.
12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지식경제부는 `퍼스트 무브형 소재산업 R&D 기술 전략 로드맵(가칭)`을 마련 중이다. 관련 산하기관과 전문가를 대상으로 의견을 수렴 중이며, 오는 5월께 공청회를 거쳐 9월께 로드맵을 확정할 계획이다. 사업은 내년부터 본격화할 전망이다.
로드맵에는 핵심 소재와 미래 소재 등으로 분류한 중장기 R&D 전략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선진국을 따라잡는 수준을 넘어 세계 시장을 선도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한다는 목표다. 잠재력이 큰 소재산업엔 최장 30년간 R&D 지원도 검토한다. 지난 2010년 착수한 세계일류소재(WPM, World Premier Materials) 사업이 9년 과제인 점을 고려하면 파격적인 수준이다.
지경부는 지난해부터 이 작업을 추진해왔다. 최근 지원 대상을 소재에서 부품까지 넓히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경부 관계자는 “소재산업은 단기 성과에 치중했던 기존 국책과제 방식에서 벗어나 더욱 멀리 볼 전략이 필요했다”며 “길게는 15~30년의 R&D 기간을 두고 미래 소재를 발굴한다는 목표”라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퍼스트 무브 전략을 강조해 온 만큼 이 로드맵은 새 정부 제조업 R&D 전략의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지금까지 선진국을 쫓아가는 전략으로 오늘의 한국 경제를 만들었지만 이제는 스스로 기술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당면 과제는 소재·부품 세계 4강 진입이다. 정부는 지난 5년간 1조8000억원의 예산을 소재·부품산업 R&D에 집중 투입했다. 지난 2010년 세계 5대 강국으로 도약했다. 당초 계획보다 2년이나 앞당겼다. 하지만 부존 자원과 원천 기술이 부족한 탓에 특단의 노력 없이 4강 진입은 쉽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지경부의 또 다른 관계자는 “창조적 R&D가 갈수록 중요해지는 상황에서 우리나라가 앞서 갈 것을 해보자는 생각으로 로드맵 마련에 나선 것”이라며 “새 정부 주요 사업으로 추진할 것”으로 기대했다.
유선일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