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한 목소리

전기자동차 산업을 보고 있자면 답답하기 그지없다. 중소기업은 정부 정책에 불평만 늘어놓고 대기업은 내연기관 차량 판매에만 급급하다. 2차전지 등 핵심부품 대기업은 해외시장 진출만 혈안이다. 우리 전기차 산업 경쟁력을 걱정하는 주체가 하나도 없다.

[기자수첩]한 목소리

저속 전기차 업체들은 지난 정권의 일관성 없는 정책으로 대부분 사라졌다. 수백억원의 예산을 들인 온라인 전기차나 배터리 자동교환형 전기버스 등 각종 과제사업은 시작만 거창했을 뿐 현실성 부재로 상용화된 게 없다. 향후 출시될 전기차와 기존 전기차 충전기 간 호환성문제도 아직 완벽하지 못한 상황이다.

여기에 국내 대표 완성차 기업인 현대기아차는 도움이 전혀 안 되고 있다. 수백억원의 정부 과제에 참여해 중소기업의 설자리를 좁게 했다. 그렇다고 주도적으로 전기차를 개발한다거나 충전 인프라 개선을 위한 노력도 찾아 볼 수 없다. 오히려 태생이 내연기관 차량이다보니 전기차 시장이 열리는 것을 막기 위해 텃새를 부린다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릴 정도다.

전기차 산업을 주도할 주체는 업계 스스로의 몫이다. 하지만 뚜렷한 대안이 없다. 정부와 기업의 가교역할을 위해 발족했던 전기차 관련 협단체들은 본래 역할을 다하지 못한 채 수 년째 방황한다. 정부의 주무부처 역시 과제나 사업에 따라 지식경제부, 환경부, 국토해양부 등으로 나눠져 있어 일관된 정책을 기대하기 어렵다.

해외 시장은 올 하반기를 기점으로 본격화할 전망이다. 폭스바겐이나 BMW 등에서 10여종의 차량이 하반기부터 나온다. 최근 5만대를 돌파한 닛산 `리프`와 3만대 이상 팔린 GM의 `쉐보레 볼트` 등으로 10만대 이상의 전기차가 운행 중이다.

우리나라도 르노삼성, GM까지 가세해 내년초까지 4~5종의 새로운 차량이 선보인다. 하지만 국내에서 순수 개발한 전기차는 없고 2년전 모델인 기아차의 `레이`가 전부다. 전기차 산업이 예상보다 더디지만, 분명히 열리는 건 사실이다. 이에 전기차산업협회와 전기차개조협회가 협회 단일화에 나선다. 중소기업의 시장 참여를 확대하고 충전 인프라 개선과 정부 정책의 가교 역할을 통한 산업을 육성하겠다는 의지다. 각자의 욕심을 버리고 하나의 목표 아래 한 목소리를 내는데 집중해야 한다.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