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대 통신사 차이나모바일이 초저가 스마트폰을 내세워 `전기색마(田忌塞馬)` 전략을 수립했다. 전기색마는 손자병법에 나오는 말로 외부 자원을 투입하지 않고 보유한 자원을 효과적으로 재배치해 승리하는 것을 뜻한다. 아이폰 도입을 두고 줄다리기를 해오던 애플과의 협상을 뒤로 하고 새 전략을 가동한다는 의미로 풀이돼 향후 여파에 관심이 쏠렸다.
12일 신식시보 등 중국 매체는 차이나모바일이 올해 500위안(약 8만7000원) 이하의 초저가 스마트폰을 잇따라 내놓는다고 보도했다. 299위안짜리도 예정돼 있다. 아이폰 도입은 순연될 것으로 보인다.
현지 매체들이 입수한 차이나모바일 모바일 전략 계획서에 따르면 차이나모바일은 올해 스마트폰 라인업을 `프리미엄-초저가`로 이원화하기로 했다. 프리미엄급 제품은 삼성전자 `갤럭시노트2` 등으로 경쟁사인 차이나유니콤·차이나텔레콤의 `아이폰5`에 대응하기로 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의 중국 방문으로 조만간 가시화할 것으로 기대됐던 양사간 협력이 밀리는 모양새다.
대신 차이나모바일은 중저가 스마트폰 시장에 무게중심을 두기로 했다. 중국 중소 메이커의 기술력이 향상된 데다 스마트폰 시장 확대를 위해서는 중저가 시장 공략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차이나모바일 관계자는 “많은 사용자들이 3000위안(약 52만원)이 넘는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지만 디스플레이와 케이스 등 일부 부품만 빼놓고는 우리가 내놓을 500위안대 스마트폰과 큰 차이가 없다”면서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
차이나모바일의 전략 변화에 따라 중국산 TD-SCDMA 스마트폰 유통이 확대될 전망이다. 시궈화 CEO는 지난달 스페인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13`에 참석해 “올해 1억2000만대의 TD-SCDMA폰을 판매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중국산 TD-SCDMA 스마트폰 품질은 상당한 수준에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싱글코어 CPU가 듀얼코어로 바뀌고 화면 크기도 4~5인치가 기본 장착된다. 지난 1월 중국내 TD-SCDMA 가입자 수는 705만명이 증가했다. 시 CEO는 “차이나모바일의 TD-SCDMA 사용자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이유는 단말기 전체 산업 사슬이 성숙해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중국 매체와 애널리스트들은 차이나모바일이 저가 경쟁에 불을 붙여 되레 중소 업체들의 수익성을 악화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HTC 등 해외 기업이 중저가 대응에 나서기 시작하면 오포 등 중국 중소업체들은 설자리가 없어질 것이라는 예상도 나왔다.
유효정기자 hjyo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