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기획]<5> 디지털 콘텐츠에 길 열어준 인터넷

인터넷은 콘텐츠 유통의 혁신을 가져왔다. 냅스터와 소리바다로 대표되는 음악 시장의 파괴적 변화가 대표적이다. 2000년 이후 CD 중심의 음반 시장은 사실상 자취를 감추고, PC나 휴대폰으로 MP3와 스트리밍 음악을 듣는 방식이 대세를 이뤘다.

초고속인터넷이 확산과 함께 웹하드와 P2P로 TV 프로그램이나 영화가 불법 유통되며 영상 산업도 적잖은 피해를 입었다. 사용자 제작 콘텐츠(UCC)를 앞세우거나 방송사·영화사와 협력, 온라인에서 좋은 영상 콘텐츠를 즐길 수 있도록 하는 시도도 이어졌다.

인터넷으로 기존 산업 지형과는 다른 새로운 생태계가 열린 분야도 있다. 웹툰이 대표적이다. 출판 만화와는 다르게 독자적 발전의 길을 걸어 온 웹툰은 이제 대표적 온라인 문화이자 한류 콘텐츠로 자리잡았다.

◇작가에게 무대를, 웹툰의 탄생=인터넷은 수많은 아마추어 창작자들에게 자신의 작품을 알릴 수 있는 공간과 도구를 제공했다. 출판 만화는 치열한 등단 과정을 거친 소수의 작가만 활동할 수 있다. 인터넷은 그 장벽을 제거했다. 인터넷 커뮤니티나 게시판에 만화를 올려 네티즌 독자와 소통케 했다. `순정만화`로 유명한 강풀 작가나 `스노우캣` 등이 모두 웹툰으로 출발했다.

포털이 웹툰에 본격적으로 나서면서 판이 커졌다. 부담없이 즐기면서 사용자를 붙잡아두는 웹툰은 포털에 꼭 맞는 콘텐츠였다. 2003년 다음커뮤니케이션 `만화속세상`이 열렸다. 강풀의 `순정만화`와 청설모의 `데이지` 2편으로 시작했다. 이어 파란닷컴이 나섰고, 네이버가 2005년 뛰어들었다. 야후코리아와 네이트도 2008~2009년에 웹툰을 시작했다.

현재 네이버에는 `마음의 소리` 등 146편, 다음에는 `미생` 등 70여편의 웹툰이 연재된다. 네이버 웹툰의 경우 월간 이용자 수 1400만명, 월 평균 페이지뷰가 15억건에 이를 정도다. 김준구 네이버만화서비스팀장은 “표현의 폭이 크고 연재로 고정 독자를 붙잡을 수 있다는 점, 독자 스스로 소비 행태를 정할 수 있다는 만화의 매력을 온라인에 살리는데 주력했다”고 말했다.

네이버와 다음은 아마추어들이 올린 만화 중 우수 작품을 연재하는 등용문 제도를 마련, 작가에게 기회를 제공하는 한편 다양한 장르와 소재의 콘텐츠가 끊임없이 나오게 했다. 네이버는 요일별 연재와 작가 등용문 등 웹툰 성공 방정식을 재현한 웹소설도 최근 시작했다.

◇웹툰, 산업으로=웹툰이 파괴력 있는 문화 콘텐츠로 자리잡으면서 웹툰 산업화에 대한 관심도 크다. 웹툰이 무너진 만화 산업을 살리고 새로운 콘텐츠 시장을 여는 돌파구가 될지 주목된다. 현재 웹툰 작가 중엔 억대 수익을 올리는 사례도 있다. 브랜드 홍보 만화나 캐릭터 상품 판매도 수익원으로 떠올랐다.

검증된 스토리와 콘티를 가진 웹툰은 영화와 드라마 원작으로 쓰이며 부가가치를 만들고 있다. `26년` `은밀하게 위대하게` `패션왕` 등이 영상물로 만들어졌고 `쌉니다 천리마마트`처럼 게임 소재로도 활용된다. 포털은 미리보기나 완결작 다시보기를 유료화하는 등 디지털 콘텐츠 수익화 실험도 한다. 주호민 작가의 `신과함께`는 완결작 다시보기 유료화와 대표적 성공사례로 꼽힌다.

웹툰은 세계 시장을 겨냥한 차세대 한류 콘텐츠로도 주목된다. 2011 만화 산업백서는 “한국은 세계 유일의 안정적이고 거대한 온라인 만화 시장을 갖고 있고 활발한 신인 작가 유입과 정부 지원으로 세계 시장 성공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네이버는 국내 웹툰 70여종을 일본에 소개했으며 올해 단행본 출간도 추진 중이다. 블로그 업체 태터앤컴퍼니를 구글에 매각하고 구글에서 일했던 김창원 대표는 타파스미디어를 설립하고 북미 지역 최초 웹툰 서비스 `타파스틱`을 내놓고 해외에 웹툰 모델을 소개하고 있다.

◇강남스타일을 보라, 플랫폼과 콘텐츠 시너지=싸이 `강남스타일`은 우리 콘텐츠가 디지털 플랫폼과 만나 폭발적 시너지를 낸 대표적 사례다. 강남스타일은 유튜브에서 10억건이 넘는 조회 수를 기록하며 글로벌 히트곡이 됐다. 국내 한류 가수들도 해외 시장 공략을 위해 유튜브를 최우선으로 활용한다. 애플 아이튠스나 아마존을 통해 국내 인디 음악이 해외로 나가는 사례도 있다.

영상 콘텐츠를 생산하고 공유하는 플랫폼도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개인 방송을 현실화한 `아프리카TV`가 대표적이다. 판도라TV는 UCC 영상에서 출발, 케이블 채널이나 연예기획사 영상 콘텐츠 등으로 확대했다. 곰TV는 e스포츠 영상을 제작, 세계에 게임 한류를 일으키고 있다.

[인터넷기획]<5> 디지털 콘텐츠에 길 열어준 인터넷


한세희기자 hah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