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카포네. 전설적 마피아 대부인 그를 알카트라즈 감옥에 가둔 죄목은 살인도, 마약밀매도, 청부폭력도 아닌 `탈세`였다.
당시 알카포네 전담 체포팀에 전문 회계사가 포함됐던 점, 알카포네 체포 이전에 그의 전담 경리담당 직원부터 신병을 확보한 것 역시 모두 탈세 혐의를 입증하려던 체포팀의 고육지책였다.
지금도 그렇지만 숫자로 딱딱 떨어지는 조세포탈죄는 입막음이 용이한 살인이나 폭력보다 혐의 입증이 훨씬 쉽다.
`납세의 의무`란 말로 포장되곤 하나, 예나 지금이나 세금은 정권 입장에선 가장 강력한 `통치 무기`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각종 민란과 쿠데타의 빌미는 대부분 `조세 저항`에서 비롯된다. 갓난아이에게도 군역을 물리던 `황구첨정`은 왕조의 몰락을 앞당긴 조선 후기 대표적 폐단이다. 그만큼 세금은 양날의 칼과 같아 잘 쓰면 정권 유지의 자양분이 되나 그렇지 않으면 몰락을 초래하는 부메랑이 된다.
박근혜 대통령은 14일 경제 검찰총장인 공정거래위원장 자리에 `조세 전문가`인 한만수 교수를 앉혔다.
박 대통령이 세금에 대한 이 같은 이해를 바탕으로 한 교수를 그 자리에 앉힌 건지, 한정된 인력풀에서 어찌 그냥 고르다보니 이렇게 된 건지 알 수 없다.
하지만 결과로만 놓고 보면 공정위의 가용 화력이 역대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해진 것만은 확실하다. 그렇다면 기회를 잡아야 한다.
공정위의 힘은 크게 `전속고발권`과 `과징금`에서 나온다. 특히 경제 검찰답게 과징금의 위력은 막강하다. 그러나 지금껏 공정위가 과징금을 법정 한도(관련 매출액의 최대 10%)까지 부과한 적은 없다. 이러저러한 이유로 뒤에 가선 `디스카운트`가 이뤄지기 일쑤였다.
공정위는 박 대통령이 강조하는 경제 민주화의 첨병이다. 이번 조세 전문가의 수장 내정이 공정위를 어떻게 변화시킬지 자못 궁금해진다.
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