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업계, 새정부 유가대책 계승에 `한 숨`

지난 정부에서 추진하던 알뜰주유소, 전자상거래활성화 등 유가 안정대책을 새 정부가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정유업계가 한 숨을 내쉬고 있다.

17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정부가 알뜰주유소와 혼합판매, 석유제품 전자상거래 등 어느 때보다 강도 높은 유가대책을 시행했지만 보통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ℓ당 1985원으로 전년도 1929원에 비해 3%가량 상승했다.

수백 억원의 세금을 투입한 알뜰주유소는 당초 계획의 절반 수준에도 못 미치는 ℓ당 약 40원 싸게 기름을 판매하는 정도에 그쳤다. 석유제품 혼합판매 제도는 개점휴업 상태다. 폴사인(상표표시) 주유소에서 계약 정유사 제품 외에 타사 혹은 수입 석유제품을 혼합해 판매할 수 있도록 허용했지만 이를 선택한 주유소는 없다.

그럼에도 새 정부에서는 기존 정책을 고수하며 더욱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발표한 계획대로 알뜰주유소를 1000개로 확대하고 가격인하 실효성을 보장하기 위해 유류 공급사업자들에게 `계약 후 가격조정` 이라는 조건까지 걸었다. 알뜰주유소에는 인근 주유소보다 무조건 싸게 제품을 공급해야 한다는 조건이다.

여기에 가짜석유 근절이라는 명분으로 `석유제품 수급보고 전산시스템` 도입도 추진하고 있다. 정유사-대리점-주유소로 이어지는 민간의 유류 유통 상황을 정부가 전산시스템으로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정유업계는 새 정부에서 유가대책을 담당할 산업통상자원부의 업무분장과 계획이 수립되면 이 같은 기존 유가대책을 강화한 새로운 종합정책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실효성이 적은 정책은 철회하고 합리적인 유가대책을 내놓길 기대했지만 역시 달라지는 것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유류의 가격구성은 원료비 45%, 유류세 45%, 정제·유통마진(정유사,주유소) 10%인 상황인데 유가안정을 위해 정제·유통마진만 유독 줄여야 한다는 정부의 생각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함봉균기자 hbkon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