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공공기관 BMT 안하는 황당 이유 “우수 제품에 특혜 줄까봐”

국산 소프트웨어(SW) 기업 육성을 외치는 정부와 공공기관에서도 `우수 제품에 특혜가 갈 수 있다`는 등의 황당한 이유로 벤치마킹테스트(BMT)를 회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히려 BMT를 정식 요청하는 기업에 불만을 표하는 등 개선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된다.

18일 A보안솔루션 업체에 따르면 이 업체가 지난해 초부터 최근까지 BMT를 공식 요청했던 10여개 공공기관 모두가 BMT 실시 없이 제품을 선정했다. 공문은 대부분 묵살 당했고 몇몇 기관은 다양한 이유를 들어 BMT를 거부했다

해당 공공기관들은 일정이 늘어나거나 공신력이 없다는 등의 전형적인 이유로 BMT를 거부했다. 하지만 `BMT를 실시하면 성능 우수 제품에 특혜를 줄 수 있다` `A업체가 선정되면 기존 정보전략계획(ISP) 결과를 전면 수정해야 한다`는 등의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도 있었다.

한 중앙부처는 A업체 담당자를 불러 “성능은 일정 수준만 되면 되기 때문에 성능 최우수 제품보다는 기존에 사용하던 제품인지가 중요하다”며 “이런 식으로 고객사에 대응하면 향후에 있을 사업에서 결코 유리할 게 없다”는 엄포도 놓았다.

에너지 관련 한 공기업은 “성능이 좋은 제품이라고 꼭 좋은 제품은 아니지 않느냐”며 “BMT 결과로는 사용자에게 맞는 편리한 제품을 찾기가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해 A업체는 성능 검증도 없이 다른 요소만 가지고 제품을 선정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A업체 관계자는 “국민 세금으로 수십억원에서 수백억원이 투입되는 사업을 하면서 성능검증도 제대로 해보지 않고 제품을 도입하는 건 직무유기”라며 “성능 좋은 제품보다는 `로비를 잘하는` 회사 제품을 선택하겠다는 것과 뭐가 다르냐”고 하소연했다.

이 회사가 BMT 실시를 주장하는 것은 무조건 성능에 최우선을 두어야 한다는 이유 때문만은 아니다. A업체 제품은 보안 분야 신기술이 기반이다. 대부분 발주처에서 기존 기술 기반 개발방식을 제안요청서(RFP)에 못 박아 공지하기 때문에 A업체는 입찰에 응하기도 쉽지 않다.

BMT를 실시해야만 발주처에서 신기술에 관심을 갖게 되고 신생 업체들도 레퍼런스를 확보할 수 있다는 게 A업체의 입장이다. BMT 없이 진행되는 입찰에서 신생업체는 대형 업체의 영업력과 로비에 밀릴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정확한 자료는 없지만 공공기관과 민간기업을 통틀어 정보화 프로젝트 BMT 실시 비율은 10% 안팎으로 알려져 있다. 신생·중소 SW업체가 시장 지배력이 강한 대형 업체와의 경쟁에서 결코 유리할 수 없는 상황이다.

A업체 관계자는 “업체에서 주기적으로 뒷돈을 받는 `업체장학생`이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돌 정도로 발주처 중에는 업체와 결탁해 공정경쟁을 흐리는 사람이 존재한다”며 “이런 폐단을 막고 기술력 있는 중소 SW기업을 육성하기 위해 BMT 제도화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