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정의 어울통신]누구를 위한 정부조직 개편인가

야합이다. 새 정부 출범 21일 만에 여야가 합의한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바라보는 시각이다. 지난 1월 30일 정부조직법이 국회로 넘어온지 47일 만의 일이다. 최대 쟁점으로 떠올랐던 방송정책의 미래부 이관이 인수위 원안에 민주당의 요구안을 일부 수용하는 형태로 마무리됐다.

[박승정의 어울통신]누구를 위한 정부조직 개편인가

애초 미래부는 4개부처로 분산된 정보통신기술(ICT) 업무를 한데 모으고 과학기술을 또다른 축으로 세워 제2의 경제부흥을 꾀하자는 게 목표였다. 순수 방송통신 규제를 제외한 방송진흥 정책과 ICT 업무를 한 부처가 통할하자는 게 요지다. 소프트웨어(SW), 디지털콘텐츠, 정보보호 업무를 포괄한 개념이다.

아쉽다. 아직도 주파수와 개인정보, SW, 디지털콘텐츠 등은 미래부로 모았어야 했다는 전문가들의 불만이 여전한 상황이다. 방송용 주파수는 방통위, 통신용 주파수는 미래부, 신규 주파수는 국무총리실로 나뉜 이른바 `나눠 먹기식` 분할은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다.

과학기술 분야 역시 마찬가지다. 원안과는 달리 원자력 R&D 기능은 되돌렸지만 부처 간 힘겨루기가 심화한 산업기술 연구개발(R&D), 기초과학연구, 산학협력 업무는 쉽지 않을 듯하다.

정략적이다. 여당은 여당대로, 야당은 야당대로 당파성에 매몰됐다. 정부조직법 개정안 통과를 전제로 4대강사업 국정조사, 통진당 이석기·김재연 자격심사 등 관계없는 안건들을 합의한 것만 봐도 그렇다. 아무리 정치 현실을 감안한다 해도 너무 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쏟아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주목해야 할 것은 미래부의 위상이다. 업무가 기존 4개 부처에서 5개 부처로 쪼개진 것도 모자라 신규주파수의 경우는 국무총리실의 조정과정도 거쳐야 한다. 주파수의 3원화다. 게다가 주요 법률 재·개정시 방통위 사전 허가를 받도록 하는 절차를 마련해 합의제 방통위의 비능률 구조를 답습했다.

방통위가 주요 정책 결정 최종 권한을 가지게 되면서 미래부의 신속한 의사결정에 차질이 불가피하게 됐다. 안행부, 산자부, 문화부와도 사사건건 부딪힐 가능성이 상존한다. 거대 공룡부처는커녕 실권 없는 정책 집행기구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벌써 나온다. 방통위의 사무국이나 다름없다는 혹평까지 나왔다.

국회에 오직 당리당략만 판친다. 미래부만 놓고 보면 그렇다는 얘기다. 정치적 이해에 매몰된 여야가 대통령의 의중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비판은 당연한 귀결이다.

정치적으로는 어떤 해석이 가능할까. 여당은 인수위에서 마련한 원안을 단계적으로 실현하는 방안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실리를 취했다고 자평한다. 야당은 방송의 공정성 확보를 위한 공영방송의 지배구조 개선 등을 논의하게 될 방송공정성특별위원회 구성, 선거관련 토론·보도의 공정성 확보를 위한 관련법 통과라는 명분을 얻었다고 평가한다. 모두 자화자찬 일색이다. 그들만의 리그의 결과일 뿐이다.

어쨌든 결론이 났다. 앞을 보고 나아갈 때라는 얘기다. 여야가 합의한 조직 테두리 안에서 최선의 운영방법론을 도출해 내야 한다. 부처간 세부 업무 조정에 거는 기대도 있다. 정부조직법의 개정과 통과는 국회의 소관이지만 이를 운영하고 성과를 내는 것은 행정부의 몫이다. 이견이 있더라도 최선을 다해야 하고 노력이 부족할 때는 대통령이 책임져야 한다.

전제가 있다. 대통령이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아무리 좋은 정부조직을 설계해도 최고 통치자의 관심이 없으면 그에 상응하는 결과는 쉽지 않다. 역으로 조직에 다소 문제가 있더라도 대통령의 관심이 있다면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낼 수 있다. 누구를 위한 정부조직 개편인가. 이제는 대통령이 관심과 실천으로 답할 차례다.

박승정 정보사회총괄 부국장 sj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