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머징이슈]모바일 영업

스마트폰은 일상생활을 넘어 기업 근무 형태까지 바꿔놓았다. IT기업만이 아니다. 언뜻 IT와 무관해 보이는 식품업계에도 스마트폰 활용이 늘어나고 있다. 스마트폰 활용이 마케팅을 넘어 영업까지 확대되면서 일선 현장에 새로운 변화 바람이 불고 있다.

스마트폰을 활용한 모바일 영업 시스템 도입으로 식품업계 IT를 선도하는 기업은 동아오츠카다. `모바일 전자집인장` `모바일 전자 재고 관리` 개념을 도입해 실제 영업사원이 현장에서 활용하고 있다. 일반 식품회사와 동아오츠카 영업사원의 현장 모습은 어떻게 다를까.

모 식품 회사 영업사원 박 주임은 오전 7시 30분까지 영업소로 출근한다. 전날 영업 실적과 오늘 영업 현장에서 해야 할 중요사안에 대한 회의가 짧게는 30분, 길게는 1시간가량 진행된다. 이후 거래처별 판매 리스트와 사전보다 두꺼운 채권 집인장 등을 들고 자신이 맡고 있는 지역 거래처로 나선다.

각 거래처 판매 추이와 재고 현황을 알아보기 위해선 모든 거래처를 직접 방문해야 한다. 거래처 창고에 들어가 제품 수량을 일일이 파악해 수기로 발주 수량을 적은 다음 내용을 다시 영업소 총무 담당에게 전화를 걸어 하나하나 불러 주면 총무 담당이 다시 전산에 입력하는 작업이 이어진다. 한 거래처 업무 하나가 이런 식으로 이뤄진다. 영업사원 한 명이 하루에 적게는 10개에서 많게는 15개 거래처를 방문한다. 영업사원은 창고에서, 총무 담당은 사무실에서 번거로운 수작업을 하루 15번가량 해야 한다는 뜻이다.

동아오츠카 강남지점에서 근무하는 모성열 대리는 오전 회의를 마치고 외부 출장에 나선다. 손에 들린 건 아무것도 없다. 주머니에 스마트폰 하나가 들어 있을 뿐이다. 사전 두께 집인장을 들고 현장을 다니는 다른 회사 영업사원과 비교해 편하다 못해 가볍다고 느껴질 정도다. 그의 스마트폰에는 회사가 개발한 `D.A.S.S.(Dong-A Sales System)` 애플리케이션이 설치돼 있다. 당일 방문할 거래처를 선별해 일정을 관리한다.

재고 및 채권 확인 후 현금 수금이 필요한 몇 개 거래처만 방문하면 된다. 거래처를 방문해도 굳이 창고에 들어가 어떤 제품이 남고 어떤 제품이 부족한지 확인할 필요가 없다. 여전히 서류를 기반으로 영업 활동을 하는 다른 식품 회사 영업사원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동아오츠카는 기존 모바일 영업 시스템을 더욱 강화할 계획이다. 7월, 영업 효율성을 더욱 향상시킬 기능이 더해질 예정이다. 시스템이 구축되면 스마트폰 하나로 모든 영업 업무를 간편하게 볼 수 있다. 구체적으로 재고 파악이 용이해진다. 영업사원이 재고 파악을 위해 여러 번 거래처를 방문할 필요가 없다. 포카리스웨트, 우리두유, 데미소다, 나랑드사이다 등 여러 제품별 재고 파악이 가능하다. 스마트폰에 해당 거래처 최초 재고량만 입력하면 자동으로 회전일을 계산해 거래처 재고가 손 안에서 확인 가능하다. 이를 통해 판매 추이를 분석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거래처별 재고율, 판매 특성 등을 파악할 수 있다. 재고 관리를 넘어 효율적인 거래처 관리가 가능하게 되는 셈이다. 효율적인 재고 관리로 거래처 반품률이 줄어들면 자연히 영업사원의 거래처 영업활동력도 강화된다. 기존 거래처 관리 시간이 줄어 새로운 거래처 개척에 힘을 쏟을 수 있다.

기존에는 거래처 미수금 현황 파악을 위해 거래처별 집인장을 들고 다니며 수기로 작성했다. 하지만 스마트폰에 직접 수금 내역을 입력하고 거래처 확인을 받을 수 있는 `모바일 전자집인장`을 도입하면 복잡한 서류 업무가 한 번에 해결된다. 더불어 현장에서 종종 잃어나는 서류 분실 위험도 해소할 수 있다.

모바일 영업 시스템 핵심은 신청서·계약서 등 기존 오프라인 문서를 전자문서화해 모바일 상에서 조회, 텍스트 입력뿐 아니라 모바일 서명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이미 보험사는 모바일 전자서명 시스템을 구축해 활용하고 있다. 증권사도 모바일 계좌 개설에 나서고 있으며 은행 역시 인감도장 없이 모바일 서명만으로 대출이 가능하다. 모든 서류 작업의 최종 단계인 서명을 모바일로 옮기는 것은 곧 모바일이 서류를 온전히 대체할 수 있다는 뜻이다.

모바일 영업 시스템이 활용되기 전 영업 현장에서는 영업사원이 한 거래처를 많게는 일주일에 두 세 번씩 방문하고 다시 영업지점으로 돌아와 재차 업무를 처리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동아오츠카는 모바일 영업 시스템 도입으로 기존·신규 거래처 이력관리를 통한 영업효율성 증대, 업무 프로세스 축소, 종이 사용 감소로 녹색 경영 실천 등 긍정적 효과를 얻고 있다. 다른 식품회사 역시 속속 모바일 영업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어 식품업계 IT 고도화가 빠르게 진행될 전망이다.

동아오츠카 관계자는 “모바일 영업으로 타 회사와 차별화된 스마트한 영업 환경을 만들어 가고 있다”며 “발전하는 IT 기술을 영업 활동에 적극 활용해 현장 영업력 강화는 물론이고 기업의 경쟁력과 이미지 제고를 이끌어 낼 것”이라고 말했다.

정진욱기자 jjwinw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