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만 고무로만 알고 있던 타이어. 울퉁불퉁한 길을 지날 때 온갖 충격을 흡수해야 하고, 비와 먼지, 뜨거운 열기와 매서운 추위를 견뎌내야 한다. 상상만으로도 피곤한 일이다. 원래 `타이어(Tyre/Tire)`라는 말은 영어의 `피곤한`이란 뜻의 단어인 `Tired`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노면과 내 차를 이어주는 유일한 매개체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그럴 법도 하다.
타이어 업계에 따르면 요즘엔 경기 불황으로 일반적인 사람들이 접할 수 있는 제품은 한정돼 있다고 한다. 특히 연료효율을 강조한 친환경 제품이 인기다. 이런 탓에 상상 속에서나 볼 법한, 개성 있는 타이어는 점차 잊혀지는 상황이다.
우선 성능을 유지하기 위해선 `카본블랙`이라는 물질을 사용해야 한다. 그래서 타이어는 검은색을 띌 수밖에 없다고 한다. 예전에 잠깐 `컬러 타이어`가 출시됐지만 여러 이유로 다시 까만 타이어가 주류를 이뤘다. 이후엔 금호타이어가 `향기 나는 타이어`를 내놓으며 관심을 모았고, 타이어를 미끄러뜨리며 연기가 생길 수밖에 없는 드리프트 경주에 착안, `컬러 스모크 타이어`를 내놨다. 감성을 자극하려는 다양한 시도다.
그리고 요즘엔 경제성과 편의성에 주력한 제품을 여러 업체들이 개발하고 있다. 펑크가 나더라도 일정한 속도로 달릴 수 있는 타이어(런플랫 타이어), 바람을 넣지 않아도 되는 비공기압식 유니소재 타이어가 대표적 예다. 이와 함께 물이 덜 튀는 타이어도 눈길을 끈다. 비가 올 때 트레드 구조 탓에 물보라가 생기는데, 뒤따라오는 운전자들의 시야를 가릴 수밖에 없어 이를 방지하기 위한 기술이다.
소재도 다양화됐다. 천연 고무뿐만 아니라, 실리카와 특수 합성 고무가 섞이고, 콩이나 감자 같은 식물에서 추출한 성분으로 만드는 시도도 계속 되고 있다. 초고성능을 구현하기 위한 노력도 끊이지 않는다. 고속으로 달릴 때 타이어 물성이 급격이 변하기 때문에 이를 극복하고자 다양한 첨단 우주항공소재가 접목된다. 언젠가는 노면이나 날씨에 따라 스스로 패턴을 변화시키는 타이어를 쓰는 날이 오지 않을까 싶다.
박찬규 RPM9 기자 sta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