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돈은 아니지만, 직원들에게 처음으로 성과급을 줬습니다. 회사가 흑자를 내면서 좋은 직원을 뽑고 다시 성장하는 선순환도 이뤄지고 있습니다. 뿌듯함을 느낍니다.”
최형우 판도라TV 대표가 취임하고 만 2년이 안 돼 일어난 일이다. 최 대표는 야후와 다음을 거쳐 한국인터넷마케팅협회장을 맡으며 10여년 이상 인터넷 업계에서 일한 전문가다.
사용자가 만드는 동영상 `UCC`로 시작한 판도라TV는 과거 몇 년간 적자 기업이었다. 한 때 국내 시장 1위를 달렸지만, 동영상 서비스가 가진 `고비용 저수익` 구조를 벗어나지 못했다.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지 못하자 회사는 적자에 허덕였고 한 때 150명에 달하던 직원은 60명으로 줄었다.
판도라TV는 `서비스`보다 `솔루션`과 `글로벌`에 집중하기로 하면서 변신을 시작했다. 최 대표는 선봉에 서서 판도라TV를 멀티미디어 종합 서비스 기업으로 변신시키겠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현재는 인터넷 업계에서 오랫동안 일한 전문가지만, 그의 첫 사회생활 시작은 광고회사 AE였다.
최 대표는 서울대학교 국어교육과를 나온 사범대 출신으로 금강기획에 들어가 7년간 AE로 일했다. “2001년도 당시 35살이었는데, 연봉을 7000만원씩 받았어요. 그런데 어느 날부터 광고가 재미없어졌죠. 지인에게 `야후`로 오라는 제의를 받았습니다. 연봉은 딱 절반이었습니다. 하지만 재미있을 것 같았죠. 과감히 야후로 옮겼습니다.”
최 대표는 야후코리아에서 검색사업부문장을 맡았다. “당시 인터넷을 이용해 마케팅하는 기업이 많지 않았습니다. 2003년에 인터넷 광고 회사 오버추어를 국내에 도입했죠. 제 사업 부문에서 연 매출 250억원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다음커뮤니케이션에 스카우트 됐습니다.”
그는 다음 이마케팅 사업본부장을 역임하면서 한국인터넷마케팅협회장을 맡았다. 판도라TV와는 2010년 초 컨설팅 고객사로 처음 연을 맺었다.
“컨설팅을 맡으면서 대표이사 제안을 받았습니다. 당시에는 대표는 안 하고 내부 컨설팅을 하겠다고 했죠. 그래서 6개월간 부사장 타이틀로 출퇴근하며 회사의 방향틀을 잡았습니다. 당시 대기업 상무 제안도 들어왔습니다. 판도라TV보다 조건이 더 좋았죠. 한 달간 고민했습니다. 하지만 폼 나게 살기보다는 힘들지만 더 도전해보자는 생각에 판도라TV로 왔습니다.”
최 대표가 내세운 컨설팅 방향은 세 가지였다. KM플레이어를 키우고, 글로벌 비즈니스로 일본 시장을 확대하며, 독자 솔루션을 확보하는 것이다. 그가 키우라고 제안했던 KM플레이어는 당시 1명의 직원이 담당하고 있었다.
대표로 취임한 후 그는 직접 회사의 변화를 이끌었다. 최 대표는 가장 먼저 수익 모델과 비용구조 정비를 했다. 광고 외에 마땅한 수익모델이 없어 기업 성장 한계를 인식하고, 프로모션 다운로드, 툴바, 일본 사업 등 다양한 모델을 만들었다. 광고시스템도 효율적으로 재편했다. 불필요한 업무는 줄이고 필요한 부분은 늘렸다. 판도라TV는 지난해 매출액 125억원에 영업이익 8억원을 냈다.
“제가 제시한 컨설팅 세 가지 부문이 제대로 작동하면서 회사가 좋아지기 시작했습니다. 이전까지 60명으로 줄었던 회사가 흑자를 전환하면서 다시 120명으로 늘었습니다. 2015년에는 상장이 목표입니다.”
그는 KM플레이어를 판도라TV가 가진 `보석`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기대가 크다. KM플레이어는 현재 145개국에서 하루에 600만명이 사용한다. 누적 다운로드는 2억건에 이른다. 2010년 한 달 1000만원이던 수익도 현재 3억원으로 30배가 늘었다.
“세계시장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동영상 플레이어는 VLC 미디어 플레이어, 2위가 바로 KM플레이어입니다. 이걸로 모바일 동영상 주도권을 이끌겠습니다.”
최 대표는 KM플레이어를 기반으로 모바일 동영상 주도권을 확보한다는 포부를 내비쳤다. 4월부터 모바일 서비스 개발에 들어간다. PC영상을 스트리밍으로 쏘는 기능 등이 핵심이다. 또 국산 게임이나 K팝 등 한류 콘텐츠를 KM플레이어에 올려 해외에 알리는 오픈마켓 플랫폼으로도 활용할 계획이다.
판도라TV는 팟캐스트 방송을 만드는 이용자들에게 네트워크, 서버를 무료로 제공할 예정이다. 팟캐스트 콘텐츠를 KM플레이어 오픈마켓으로 자연스럽게 끌어들일 수 있다. 각종 제반 서버 비용에 부담을 느끼는 이용자와 판도라TV 모두에게 윈윈인 모델인 셈이다.
판도라TV는 지난달 소셜 동영상 서비스 `젤리캠`을 선보였다. 젤리캠은 N스크린 기반의 동영상 큐레이션 소셜비디오 앱이다. 페이스북, 트위터 등 여러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흩어져 있는 동영상 콘텐츠를 한 곳에 모아 보여준다. 자신의 카메라로 찍은 영상을 간편하게 SNS에 올린다. `친구` 그룹을 개설하면 특정 지인과 영상을 공유한다. 한국·미국·일본에서 동시에 서비스를 시작했다. 향후 캐릭터 구매 등 부분유료화 모델을 도입한다.
“우리가 젤리캠 서비스를 내놓은 것처럼 대중이 사용할 수 있는 B2C 서비스는 중요합니다. 하지만 그것은 수익모델이 준비됐을 때 가능하지요. 솔루션에도 역량을 더 쏟을 계획입니다. 향후 서비스와 솔루션, 플랫폼을 가진 멀티미디어 종합 기업으로 만들겠습니다.”
최 대표는 정부의 지원도 요청했다. “시장이 글로벌화 되면서 자본의 규모는 커지고 있습니다. 우리처럼 중견기업이 쉽게 나서기가 어려운 셈이지요. 해외에서는 `망`을 사용하는 비용도 엄청납니다. 정부에서 글로벌 기업을 키우기 위해 체계적인 지원이 필요한 때입니다.”
최형우 대표이사 약력
서울대 국어교육과 학사
2001~2005 야후코리아 FMO 사업팀장/리스팅 사업부장/미디어 사업부장
2005~2009 다음커뮤니케이션 이마케팅 사업 본부장
2009~2011 6대 한국인터넷마케팅협회장
2011~現 판도라TV 대표이사
송혜영기자 hybrid@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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