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교육]창조경제

창조경제. 요즘 부쩍 많이 듣는 말이죠. 그런데 무슨 말일지 잘 모르겠다고요? 잠시 타임머신을 타고 지난 13일 국회 인사청문회장으로 가볼까요.

“창조경제가 뭡니까?”(나성린 새누리당 의원) “융합형·선도형 경제를 지향합니다. 공정한 시장의 경쟁을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경제민주화가 기반이 돼야합니다.”(현오석 경제부총리 내정자) “아직도 미진합니다. 보다 구체적으로 인식하고 있어야 합니다.”(나 의원)

[정보&교육]창조경제

어떠세요. 여러분도 현 내정자의 답변이 귀에 쏙 들어오지 않지요. 실은 이날 현 내정자가 말한 내용은 박근혜 대통령의 취임사를 그대로 옮긴 것입니다. 어른들이 한 말만 들어선 무슨 얘긴지 잘 모르겠다고요? 자, 그럼 `창조경제`가 도대체 무슨 말이고, 이게 왜 그렇게 요즘 중요한 문제로 떠오르는지 함께 짚어볼까요.

Q: 창조경제란 뭔가요.

A: 이 말이 처음 세상에 나온 건 10여년전인 지난 2002년 영국의 경영전략가 존 호킨스에 의해서입니다. 물론 이 사람은 `크리에이티브 이코노미(Creatve economy)`란 영어로 표현했고, 그걸 우리말로 그대로 옮겨 놓은게 `창조경제`입니다.

단어나 말에서 풍기는 느낌을 `어감`이라고 하는데요, 창조경제란 말의 어감부터가 딱딱하고 귀에 착착 달라 붙지 않는 이유는 바로 이렇게 영어를 우리말로 그대로 옮겨 놓았기 때문입니다. 호킨스의 정의에 따르면, 창의력으로 제조업과 서비스업, 유통업, 엔터테인먼트산업 등에 활력을 불어넣는 것이 바로 창조경제라 합니다. 결국, 창의력과 상상력이 선행돼야 이룩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창조경제란 얘기입니다.

Q: 근데 왜 요즘 `창조경제`가 부쩍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거죠?

A: 이미 10여년 전에, 그것도 머나먼 외국에서 나온 말이 이제 와서 연일 모든 신문과 방송을 도배하고 있어 어리둥절하지요. 여기에는 어른들만의 이야기가 좀 있습니다. 다들 알다시피 얼마 전 우리나라 대통령이 바뀌었어요. 보통 대통령이 새로 바뀌면, 새 대통령과 그 밑에 보좌하는 사람들은 새로운 캐치프레이즈나 표어 같은 게 필요해요.

학교에 가면 교훈, 반에 가면 급훈이 걸려 있지요. 그런 것과 비슷한 국민을 움직이고, 이전 정부와 다르게 보이는 무언가를 원하는 거죠. 어려운 말로 `국정 어젠다`라고도 해요. 이명박 대통령 때는 한 때 `지식경제` 바람이 불더니, 이번엔 창조경제네요. 5년 뒤 또 다른 새 대통령이 탄생하면 그 분은 무슨 말을 만들어낼지 벌써부터 궁금하군요.

Q: 창조경제를 하면 뭐가 좋은 거죠?

A: 잠시 영국으로 다시 돌아가보죠. 영국은 `근대 산업혁명`의 창시국답게 중공업 위주의 제조업이 강한 나라였어요. 지금은 우리나라 등 다른 경쟁국들에 그 지위를 모두 뺏겼지만 조선이나 자동차, 철강, 화공 등의 강국였습니다. 하지만 현대 들어 급속한 제조업의 몰락은 필연적으로 창조산업(Creative industry)의 탄생을 불러옵니다.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과 맘마미아, 해리포터 등은 영국의 창조산업을 그대로 대변하는 상품입니다. 셰익스피어와 그룹 비틀즈, 퀸이 있는 나라답죠. 전통적으로 전자·통신 등 IT산업이 강한 우리나라 역시 창조경제를 통해 재밌고 다양한 시도를 많이 해 볼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Q: 그럼 우린 창조경제를 위해 뭘 하면 되죠?

A: 창조경제에는 전제 조건이 있습니다. 독창적이고 창의적인 사고입니다. 싸이의 강남스타일 모두 아시죠. 싸이가 그저 그런 가수였다면 이런 곡 안나옵니다. 이런 가사 못쓰죠. 이런 안무 못 만듭니다. 강남스타일 이전에 싸이는 이른바 B급 가수였어요. 다들 `싸구려`라고 매도했죠. 하지만 싸이만이 그런 싸구려를 연출할 수 있었고, 그게 세계 시장서 먹힌 겁니다.

여러분도 여러분만의 독창적인 생각과 상상의 나래를 펼치세요. 1등은 언젠가 2등에게 추월당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세상에 하나 뿐인 그 무엇은 영원한 1등입니다. 2등이 없는 유일한 것이니까요. 자기만의 끼와 재능을 위해 지금 여러분이 가장 손쉽게 할 수 있는 일은 책을 많이 보는 것입니다. 사고의 힘을 키우는 데는 책이 최고입니다. 그러지 못해 평생 후회하고 있는 아저씨의 충고니, 명심하세요. 파이팅!

*주최: 전자신문

*후원: 교육과학기술부·한국교육학술정보원

◇픽사 이야기

데이비드 A. 프라이스 지음, 이경식 옮김, 흐름출판 펴냄

토이스토리 등 재밌는 만화영화다 싶으면 꼭 첫 화면에 등장하는 이름, 픽사(PIXAR). 이 책은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픽사가 어떻게 세계 대중문화의 아이콘이 됐고, 그 성공 뒤에 감쳐진 이야기를 들려준다. 특히 `스토리`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픽사의 교훈을 통해 창조경제나 문화콘텐츠 산업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짚어준다. 픽사의 주요 인물인 에드 캣멀과 존 래스터, 스티브 잡스의 이야기도 만날 수 있다.

◇창조산업과 기업가 정신

콜레트 헨리 편저, 김광재·박종구 공역, 커뮤니케이션북스 펴냄

이 책은 10여명의 전세계 교수들이 아시아와 북유럽, 아일랜드, 영국, 뉴질랜드, 러시아 등 14개 국가의 창조산업을 연구한 내용을 집대성한 것이다. 창조산업의 최신 산업·연구 동향은 물론, 경제적 효과와 사회적 영향력, 현실적 장애 요인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룬다. 여러 국가들의 창조산업을 학문적·국제적 관점에서 논하고 있다. 창조산업에 종사하는 기획자나 경영자, 실무자에게 유용하다.

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