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를 포함한 다국적 연구진이 원전 중대사고의 핵심 쟁점 중 하나인 증기폭발 현상을 실험으로 구명했다.
한국원자력연구원(원장 정연호) 중대사고·중수로안전연구부(부장 송진호)는 프랑스 원자력청(CEA)과 공동 주관으로 11개국이 참여하는 경제협력개발기구 산하 원자력기구(OECD/NEA) 국제 공동연구 프로젝트(SERENA)를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프로젝트는 증기폭발 현상을 실험으로 확인하고 증기폭발 위험성 평가에 쓰는 안전 해석 SW의 신뢰성을 검증하는 일이다.
미국·일본·독일 등 11개국 18개 기관이 참여해 5년간 260만유로(37억원)의 연구비를 투입했다. 연구진은 원전 사고 발생 시 2000℃ 이상 고온으로 핵연료가 녹아 생성된 노심용융물과 냉각수가 반응, 급격히 발생하는 수증기로 높은 압력이 순간적으로 생겨 폭발하는 현상을 규명했다.
그동안 알루미나를 사용한 실험은 소프트웨어(SW) 계산 결과보다 큰 폭발력을 보인 반면에 소량의 실제 핵연료 물질을 사용한 일부 실험에서는 폭발력이 작게 나타나 원전 안전 해석 SW 신뢰성에 논란이 있었다.
연구진은 한국원자력연구원이 구축한 세계 최대 규모 증기폭발 실험 장치(TROI)를 이용해 20㎏에 달하는 실제 핵연료 물질을 2000~3000℃의 고온으로 용융한 뒤 증기폭발을 일으켰다. 프랑스 측에선 원전 안전 해석 SW의 계산값이 실제 값과 유사하다는 것을 세계 처음으로 확인했다.
송진호 부장은 “앞으로 바닷물과 핵분열을 늦추기 위해 투입한 붕산수(Boric acid)가 증기폭발에 미치는 영향 구명과 중대사고 피해 완화 방안 마련에 관한 국제 공동연구에서도 주도적 역할을 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