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회사에 다니는 김모씨는 최근 발광다이오드(LED) 전구를 사러 대형 마트에 들렀다 고개를 가로저으며 돌아왔다. 가격은 천차만별인데 성능 차이를 도통 알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주변에 있던 직원에게 도움을 요청했지만 “잘 모르겠다”는 대답만 돌아왔다. 김씨는 “관련 분야에 종사하는 전문가들도 제품 비교가 힘든데 일반인들은 오죽하겠나”라고 하소연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LED 조명 업체들이 자체 기준에 따라 성능을 표시해 소비자들의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정부가 정한 의무 표시사항(정격전압, 정격전력, 정격광속, 광속유지율 등)은 용어가 난해해 주로 제조사와 가격만 보고 제품을 선택하는 상황이다.
LED 조명을 고를 때 고려해야 하는 중요한 항목은 광 효율과 수명이지만 모두 강제인증(KC) 규정상 의무 표시 사항이 아니다. 서울 소재 대형마트 3곳에서 판매되는 주요 국내외 기업의 제품 10여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대부분 수명은 공개했지만 광 효율을 표시한 경우는 많지 않았다. 강제 인증이 아닌 KS만 수명과 광 효율을 의무 표시하도록 규정했다.
수명 표시 기준도 업체마다 서로 다르다. 주로 하루 평균 4시간 사용하는 경우를 가정해 수명을 표시한다. 하지만 일부 제품은 하루 평균 사용시간을 3시간 혹은 8시간으로 적용하거나 아예 기준을 밝히지 않고 있다.
소비전력 몇 W의 백열등을 대체할 수 있는지에 대한 기준도 없다. 소비전력이 서로 다른 LED 조명이 똑같은 백열등을 대체할 수 있다고 광고하는 상황이다. 실제 한 마트에 진열된 서로 다른 업체의 6.5W, 7.5W, 8W 제품은 모두 `40W 백열등 대체용`이라고 적혀있다.
판매 가격도 소비자들을 혼란스럽게 한다. 표시된 제품 사양은 비슷하지만 가격이 크게 차이나거나, 오히려 우수한 기능의 제품이 낮은 가격에 판매되는 경우도 있다. 빛의 품질에 따른 사용처, 빛의 밝기를 조절하는 조광기 호환성에 대한 설명이 부족한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LED 조명 보급을 활성화 하려면 소비자 시각에서 접근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보다 정확하고 풍부한 정보를 알릴 수 있도록 표시 규정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선일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