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 요즈마펀드` 내달 뜬다

KB 요즈마펀드가 다음 달 출범한다.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이 챙기는 것으로 알려진 펀드는 이스라엘식 창조경제가 강조되면서 주목 받았다. 금융권·업계에 따르면 KB금융지주는 계열 벤처캐피털인 KB인베스트먼트와 다음 달 400억원 규모로 `KB 요즈마펀드(가칭)`를 결성한다.

KB인베스트먼트를 비롯, KB금융지주 계열사가 대거 참여한다. 외부 출자자도 다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KB금융지주는 펀드 규모를 확대한다.

KB요즈마펀드는 당초 이스라엘 요즈마펀드와 동일하게 운용하는 운용 기관(KB금융지주) 성격상 방향을 바꾼 것으로 파악된다. 요즈마펀드는 벤처기업이 아닌 벤처펀드에 투자하는 `모태펀드(Fund of Funds)`다. 이미 정부 지원으로 한국벤처투자가 1조5000억원에 달하는 모태펀드를 운용 중이다.

KB지주 관계자는 “모태펀드로 가지 않기로 했다”며 “다면 투자자를 많이 끌어들여 우수 기술을 보유한 초기기업에 투자하기 위해 KB는 수익 일부만을 가져간다는 측면에서 요즈마펀드와 성격이 유사하다”고 설명했다. 계열사 관계자도 “금융사가 모태펀드를 운용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고 판단했다”며 “초기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외부 출자자에게 요즈마 형태로 혜택을 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요즈마펀드는 민간 참여 유도를 위해 출자자는 결성 5년 이내에 정부 지분을 일정 가격에 매입할 수 있도록 권리를 부여한다.

김준배기자 joon@etnews.com

`민간 창조경제시장 참여 트리거(Trigger, 도화선) 될까` 박근혜정부 국정과제인 창조경제 구현을 위해서는 민간 참여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정부가 다양한 정책을 펼쳐도, 민간이 움직이지 않는다면 창조경제는 딴 나라 얘기다. `버블(거품)`로 치부하지만 과거 벤처 붐은 우리 사회에 커다란 변화와 성과를 남겼다. 여기에는 민간 참여가 절대적 영향을 미쳤다. 민간이 없었다면 버블도 성과도 없었다.

현재 창업생태계에서 정부 비중이 너무 크다. 스타트업·벤처 성장 파트너인 벤처캐피털 시장이 단적인 예다. 지난해 결성한 벤처펀드 출자자 구성 현황을 보면 전체의 32.8%가 정부(모태펀드)다. 정부 모태펀드 출범 전 벤처펀드 시장규모는 6450억원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1조5000억원 규모로 늘었다. 정부가 손을 빼면, 벤처캐피털 시장이 일순간에 무너질 것이란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완벽한 선순환 벤처생태계가 구축돼 있다는 미국에선 정부 벤처투자시장 참여 비중이 통계에 들어 있지 않다. 민간만으로 시장이 돌아가는 셈이다.

KB요즈마펀드는 성격을 떠나 금융권에서 초기 기술기업 챙기기에 나섰다는 것에 의미를 둘 수 있다. 최근 스타트업 창업 붐이 일고 있지만 이들이 자금을 조달하지 못하면 성장이 불가능하다. 과거처럼 보증시장에 의존하는 것 역시 신용불량자 양산이라는 사회 문제로 이어진다. 고위험 고수익(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을 특징으로 한 창조형 기업에는 은행 융자보다는 투자가 적합하다. 수많은 성공 스타트업이 엔젤(개인투자자)과 벤처캐피털 투자로 성장했다는 것을 봐도 안다. 김형수 한국벤처캐피탈협회 전무는 “과거와 달리 손실이 발생하는 펀드는 별로 없다”며 “요즈마펀드와 같은 펀드가 많이 생겨나 공동 출자자에게 혜택을 많이 준다면 투자시장 확대에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업계는 벤처투자 시장규모가 현재보다 2~2.5배 늘어난 2조~3조원에 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요즈마펀드=이스라엘 정부가 벤처캐피털 산업 육성으로 벤처투자를 확대하기 위해 1993년 1억달러 규모로 만들었다. 10개 펀드에 각 800만달러를 투자했으며 총 2억1000만달러 규모로 펀드를 결성했다. 펀드는 이스라엘 벤처캐피털 산업 기반과 스타트업 창업 환경을 조성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1997년 민영화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