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RFP가 달라졌다···가이드 맞춰 `꼼꼼하게`

공공기관 제안요청서(RFP)가 달라졌다. 지난해까지 세부 항목을 찾아보기 어려웠던 주요 공공기관 RFP가 올해부터 요구사항을 꼼꼼하게 나열하기 시작했다. 소프트웨어(SW) 산업진흥법 제20조 제3항이 공공 프로젝트의 RFP에 요구사항을 세부적으로 명시하도록 규정했기 때문이다. 관련 업계는 RFP 변화로 프로젝트 수행이 수월해졌다며 환영하는 분위기다.

요구사항 분석·적용 가이드를 따른 공공기관 RFP. 요구사항이 항목별로 세밀하게 나눠졌다.
요구사항 분석·적용 가이드를 따른 공공기관 RFP. 요구사항이 항목별로 세밀하게 나눠졌다.

28일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원장 박수용)과 조달청 나라장터에 따르면 주요 기관 RFP가 `SW사업 요구사항 분석·적용 가이드` 내용을 반영하고 있다. 분량도 기존 RFP 대비 갑절 이상 늘어났으며 내용은 `요구사항 상세내역`에 맞게 구체적으로 기술하고 있다.

SW사업 요구사항 분석·적용 가이드는 사업 범위와 요구사항을 명확하게 기술하라고 명시했다. SW사업을 개발·구축·유지관리·정보전략계획(ISP) 등 네 가지 유형으로 나눠 구체적 적용 범위를 제시하고 있다.

최근 차세대 고용보험시스템 1차 구축사업을 위해 고용정보원이 공지한 RFP를 보면 이 같은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153페이지에 이르는 이 RFP는 46페이지부터 장비구성·기능·성능·인터페이스 등 각 부문별 요구사항을 구체적으로 기술하고 있다.

기존 RFP에서는 볼 수 없었던 요구사항 상세내역을 표에 맞춰 정리했다. 단순히 `◇`나 `○` 등의 기호로 내용을 구분하던 것과 달리 상당히 많은 경우의 수를 두고 이에 맞춰 제안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기능요구사항은 400여 페이지에 이르는 별도 파일로 작성해 명확성을 더했다. 요구사항 명칭과 분류, 정의뿐만 아니라 세부 내용도 구체적으로 기술했다. 사업개요만 있었던 기존 RFP와는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다.

NIPA 관계자는 “기존 RFP는 분량도 적었고 무턱대고 최신 기능과 제품을 제공하라, 무상으로 제공하라는 식의 내용이 많았다”며 “최근 RFP는 상세하게 세부 내용을 기술하고 있고 여러 항목으로 분류돼 제안업체의 혼란을 줄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RFP 요구사항 명확화 제도는 불명확한 요구사항으로 사업 부실과 품질 저하가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데 따른 대책으로 제정됐다. 요구사항이 명확하지 않으면 프로젝트 진행 시 발주자와 사업자 간 갈등이 생기고 비용과 기간이 더 소요된다. 결국 프로젝트 결과물 품질이 낮아지고 사회적 비용 낭비를 초래한다.

NIPA 관계자는 “지난해 12월부터 3월까지 중앙부처, 군, 지자체 등 발주담당자를 대상으로 관련 교육을 실시했다”며 “하지만 아직 지자체 중에는 RFP 명확화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곳도 많아 지속적인 교육과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달라진 RFP가 제안 업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도 조사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