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완성차 업체들이 한국 시장을 바라보는 시선이 바뀌었다. 수입차 브랜드는 2013 서울모터쇼에 19개 업체가 참가를 결정하며 신경을 쓰는 듯한 분위기다. 이들이 아시아 최초로 공개하는 차도 늘어 11대가 화려한 무대 위에 섰다. 우리나라에 처음 선보인 차도 13대다. 아쉬운 건 세계 최초로 공개되는 수입 신차가 없다는 점이다. 하지만 모터쇼의 꽃으로 불리는 `컨셉트카`가 6대나 전시돼 비교적 볼거리는 풍성한 편이라는 평가다.
지난 2009년 전시를 되돌아보면 `참담` 그 자체였다. 세계적인 경기 침체 여파로 해외 유명 모터쇼 조차도 불황이라는 얘기가 나오던 중이었고, 서울모터쇼에 참가를 결정한 건 8개 업체뿐이었다. BMW, GM, 크라이슬러, 포르쉐, 재규어-랜드로버, 페라리, 미쓰비시, 스바루 등 대부분 업체들이 경영사정 악화를 이유로 불참했다. 세계인의 시선이 모인 가운데, 멋진 턱시도나 드레스가 아닌 허름한 옷가지를 간신히 걸친 채로 행사를 진행한 수준이었다. 지속된 경기침체 터널을 빠져 나오지 못한 채 어두운 국내 자동차 업계의 한계만 고스란히 세계인 앞에 드러낸 게 아닌가 하는 업계의 우려도 컸다.
2011년 전시는 23개 해외업체가 참가하며 그나마 구색 갖추기엔 성공했다. 그렇지만 역시나 실속은 없었다. 중국 상하이모터쇼가 비슷한 시기에 개막한 탓에 신차들은 대거 중국으로 향했고, 당연히 우리나라는 뒷전이었다. 그나마 서울모터쇼에 모습을 드러낸 특별한(?) 차 중 일부도 언론 행사가 끝나자 마자 중국행 비행기를 탔다. 당시엔 `모델쇼`라는 비아냥이 극에 달했었고, 언론을 위한 `프레스데이`에 일반인 관람객들이 대거 모습을 드러내 행사를 방해하는 등 수준 낮은 진행도 문제였다. 결국 모터쇼의 `본질`인 `차`부터 챙겨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올해는 그나마 볼 게 생겨 다행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수입차 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하면서 국내 진출한 브랜드 관계자들의 노력이 통했고, 각 사의 본사에서도 관심을 보였다. 그 결과로 화려한 컨셉트카와 아시아 최초 공개 차종이 대거 무대 위에 설 수 있게 됐다.
올 서울모터쇼는 해외 모터쇼의 축소판 같은 느낌이다. 특히 수입차 중 유럽 업체들의 부스는 본사의 가이드라인을 철저히 따라 만들었다. 조명부터 마루 재질과 무대 색상 등 대부분 본사의 허락을 받아 디자인해야 하고, 필요한 경우 직접 해외에서 공수해 오기도 했다.
전시된 차들도 달라졌다. 아우디와 BMW는 국내선 보기 드문 12기통 엔진을 탑재한 고급 세단을 내놨고, 해외 모터스포츠에서 활약한 레이싱 머신 아우디 R8 LMS도 우아한 자태를 뽐냈다. 작지만 강한 차들도 빼놓을 순 없다. 폴크스바겐 폴로와 7세대 골프, 벤츠 A클래스 등이 그 예다. 소형차가 재빠르게 국내 수입차 시장의 주류로 떠오른 만큼 이들의 고성능 버전들도 전시돼 눈길을 끈다. 각 업체들의 기술력 과시도 인상적이다. 보행자 에어백 등 국산차에선 볼 수 없는 첨단 안전·편의장비가 잘 갖춰져 있고, 업체들은 이를 적극 홍보했다.
현실적으로 구매를 고려할 만큼 값이 저렴한 수입차부터, 수억원을 호가하는 럭셔리카, 보기 드문 슈퍼카까지 모두 2013 서울모터쇼에서 볼 수 있다.
박찬규 RPM9 기자 sta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