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세의 디자인스토리]유치원에 간 디자이너-감성 기술을 입은 로봇

우리가 그동안 내 것으로 만들고자 노력했던 많은 지식, 기술이 디지털문화와 함께 넓은 정보의 바다에 펼쳐졌다. 컴퓨터, 인터넷에 익숙한 젊은 세대는 그것을 굳이 자신의 작은 배에 담아 가두려하지 않는다. 다만 필요할 때 취해 적절하게 사용할 뿐이다. 선배가 오랜 시간에 걸쳐 획득해놓은 지식을 창의적으로 이용하는 것이 바로 젊은이의 특권이자 능력인 시대가 왔다. 이제는 나이 많은 선배가 그러한 능력을 배우려고 한다. 단편적으로는 SNS를 모르는 어른들에게 젊은 세대가 트위터나 카카오톡을 알려주는 광경이 시대의 단상을 보여준다. 친구들보다 한발 늦게 SNS에 발을 들여놓으면 `드디어 너도 왔구나`라며 마치 새로운 세상에 발을 들여놓은 것과 같은 환영을 받기도 한다.

[김영세의 디자인스토리]유치원에 간 디자이너-감성 기술을 입은 로봇

〃정보화 시대를 탐험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훌륭한 탐험도구가 필요하다 이노디자인은 최근 정부기관의 의뢰를 받아 가정용 로봇을 조사하기 위해 유치원 몇 곳을 다녀왔다 유치원에서 사용성을 직접 관찰하고 아이들의 입으로 로봇에 대한 생각을 들어봤다

〃시중에 나온 교육용 로봇은 기술과 디자인 면에서 과거 인식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아이가 사용하는 것이라는 좁은 인식 때문에 새로운 기술을 만들기보다 어른이 사용하던 스마트 디바이스에서 몇 가지 기능을 빼고 외형만을 로봇으로 그럴듯하게 포장한 것이 대부분이다 화면이 작아서 친구와 같이 놀 수 없고 저화질 카메라 등으로 그 활용도가 떨어진다 처음 며칠간은 로봇의 외형 때문에 높은 관심을 보이지만 그 정체를 파악하고 나서는 새로울 것이 없는 쇳덩어리로 방치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좋은 교사는 공부와 놀이를 적절하게 같이 해 지루하지 않고 오래도록 잊히지 않도록 가르쳐준다 우리는 지속적이고 실질적인 학습능률 향상을 위해 콘텐츠와 그에 맞는 로봇기술을 만들어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나는 중요한 사실 몇 가지를 깨달았다 우리가 앞으로 디자인할 정보화 기기는 첫 번째로 인간 본능에 기반을 둔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갖춰야 한다 두 번째로 어린이부터 노인까지 따로 배울 필요없이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쉬워야 한다 셋째로 사람과 사람을 지속적으로 교류하도록 해주는 기능을 포함해야 한다 세 번째 기능은 최근에 많이 부각되고 있다 이것이 충족되지 못하면 무언가족 은둔형 외톨이 반쪽소통 중독현상 등 현재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를 심화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아이가 정보화기기에 중독되면 사회적 동물로서 사람의 삶에 필수 충족돼야 하는 관심과 애정을 확인하지 못하고 가족은 물론이고 사회적 소통까지 불능이 될 수 있다 아이에게 진정한 교육은 한 가족이라고 하더라도 서로 다른 환경에 처해 있고 다른 가치관을 가질 수 있음을 인정하게 만드는 것이다 서로의 시각차를 줄이기 위한 양방향 소통 이 중요하며 정보화기기는 그것을 위한 도구임을 인지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로봇과 학습을 하면서 아이는 정보화기기에 중독되는 것이 아니라 로봇과 친해진다 고 인식한다 내가 명령을 내려야만 움직이는 멍청한 기계가 아니라 내가 궁금한 것을 물어보면 대답을 해주는 교사와 가까이 다가가면 얼굴을 알아보고 인사해주는 친구를 동시에 얻는다 얘기를 하면 바라봐주고 때때로 바뀌는 작은 동작 하나하나에서 아이는 로봇에게 인간다움을 느낄 수 있다

〃이노디자인은 로봇으로 교육 이외에도 가족 간 소통을 유도하는 시스템을 담았다 효율성 중심의 콘텐츠와 기능 위주의 교육을 벗어나 가족이 함께 풀어나갈 수 있는 직접적 체험 중심의 경험 학습 콘텐츠를 개발하기로 했다

〃부모가 바쁠 때 뽀로로 가 보이는 사각형의 화면을 쥐어주면 아이는 그것을 부모 대신으로 인식할 수도 있다고 한다 교육에 신경을 많이 쓰는 부모는 어린 아이가 디지털기기를 접하는 시간을 줄이고 책을 읽히거나 밖에 나가서 생태학습을 하도록 유도하지만 그러기가 힘든 시간에는 아이의 흥미를 유도하면서 학습을 도와줄 전자기기가 필요하다 이노는 가족 친구 누구와도 탄력적으로 즐길 수 있는 콘텐츠로 가족 간 유대관계까지도 강화시켜줄 수 있는 교육용 로봇을 개발하는 것이 목표다 자라나는 아이를 위한 인체공학적 사용성까지 고려했다

〃우리 생활과 디지털 문화는 이제 뗄 수 없는 관계다 부모가 바쁠 때에는 혼자서도 즐겁게 학습하며 가족 간 커뮤니케이션을 활성화할 수도 있다면 디지털 문화는 무조건 아이에게 악영향을 끼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어릴 때부터 디지털 문화에 익숙한 아이들이 생각해내는 신기술이 이끌어낼 미래는 그것을 내재화하지 못한 어른들의 것보다 더 깊고 넓을 수 있다

〃김영세 이노디자인 회장 twitter@YoungSe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