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만원 저렴한 가스레인지 사라진다

10만원 이하 가정용 가스레인지가 사라진다. 가스레인지 과열방지장치 부착이 의무화되면서 안전성은 높아졌지만 소비자 부담은 커졌다. 저가 제품의 품귀로 일부 저소득층 가정에서 노후화된 가스레인지 교체나 구입이 늦어지는 것이 우려스럽다.

가스레인지 제조공장에서 과열방지장치를 장착한 제품의 정상 작동을 확인하고 있다. 순간적으로 화구 온도를 270도까지 올려 자동적으로 가스가 잘 차단되는 지를 검수한다.
가스레인지 제조공장에서 과열방지장치를 장착한 제품의 정상 작동을 확인하고 있다. 순간적으로 화구 온도를 270도까지 올려 자동적으로 가스가 잘 차단되는 지를 검수한다.

이달부터 국내에서 제조하는 모든 가스레인지는 가장 큰 화구(버너)에 과열방지장치를 장착해야 한다. 가스레인지가 냄비바닥의 온도가 270도를 넘어 과열되면 자동으로 가스를 차단한다. 동양매직과 린나이코리아는 지난달 각각 `안심센서`와 `스마트센서`로 불리는 과열방지장치를 단 가스레인지 신제품을 내놨다.

과열방지장치가 부착된 신제품 가스레인지 가격은 10만원∼20만원대 초반이다. 본격적 판매를 앞두고 가장 저렴한 제품을 내놓은 동양매직의 안심센서 가스레인지 제품도 13만원 수준이다. 지난달까지 최저 5만원대 제품도 생산했지만, 2배 이상 제품 가격이 인상됐다. 전 화구 과열방지장치 부착이 의무화되는 내년은 가격이 더 뛴다.

지난달까지 제조된 과열방지장치가 없는 가스레인지도 판매나 구매는 가능하다. 당분간은 시중에서 단종된 저가 제품을 구할 수 있겠지만, 이조차도 물량이 소진된 하반기께는 찾기 어려울 전망이다.

가스레인지 업체 관계자는 “일부 대리점이 저가 제품 물량을 대거 확보해놓았을 수도 있지만, 시장크기 및 재고부담으로 한계가 있기 때문에 한달치 이상의 물량 확보는 어렵다”며 “제조사 입장에서도 과열방지장치를 단 가스레인지의 새로운 생산라인을 돌리기 위해서라도 무리하게 옛날 제품을 생산하거나 재고로 두지 않았다”고 전했다.

제조사 측은 과열방지장치 원가가 개당 5만원이기 때문에 10만원 이하 제품은 생산할 수 없다는 것이 공통된 입장이다. 가스레인지 마진이 1~2% 수준이기 때문에 제조원가 상승으로 인한 가격 인상은 불가피했다. 여기에 제조사는 판매부진 가능성에 과열방지기능 검수 과정의 추가로 수억원대 제조라인의 개조 및 설비투자 부담까지 안았다.

업계에서는 일본에서 일찍이 과열방지장치가 도입된 선례를 들어 국내도 적용됐지만 소비자 물가 인상 문제를 고려하지 않은 정책이라고 꼬집었다. 일본 가스레인지 제품은 국내에 비해 최소 5배에서 10배 가량 비싸기 때문이다.

가스레인지 업체 관계자는 “정책도입의 실효성을 거두기 위해서라도 정부 측에서 저소득층 대상 가스레인지 교체를 위한 홍보나 지원 사업 등을 함께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