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스마트기기, 전기자동차를 중심으로 2차전지 수요가 급증하면서 국내 전지재료 업계가 차세대 음극재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음극재 국산화를 가속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근래 일진전기, 엠케이전자, 대주전자재료 등 국내 주요 전지재료 업계는 잇따라 실리콘(Si) 음극재 개발에 나서고 있다. 음극재는 양극재에서 나온 이온을 저장·방출하면서 외부 회로로 전류를 흐르게 하는 2차전지의 핵심 소재다.
현재 2차전지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리튬이온전지는 주로 흑연(Carbon)을 음극재로 사용한다. 생산원가가 낮고 제품에 따라 부피를 조절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내 업계는 흑연을 중국, 일본 등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흑연 매장량이 적을뿐더러 음극재로 가공하기 위한 인력과 비용 부담이 큰 탓이다. 한국전지산업협회 관계자는 “현재 국내 2차전지 업계의 음극재 국산화 비율은 10% 미만”이라며 “자체 제조한 음극재보다 수입 제품의 가격이 더 싸기 때문에 해외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흑연은 전지 내에 겹겹이 쌓이면 전자의 이동 속도가 느려져 밀도가 낮아진다. 물리적인 압력에 약한 흑연의 특성상 사용자가 충격을 가하면 내부 구조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계속된 충·방전에 흑연이 가열되면서 화재가 발생할 위험도 있다. 전기자동차 등에 탑재하는 대형 2차전지에 흑연 음극재를 사용하기 어려운 이유다.
흑연을 대체할 차세대 음극재로 가장 각광받는 소재는 실리콘이다. 실리콘 음극재의 1그램당 유효용량은 약 1000㎃다. 360㎃ 수준인 흑연 음극재의 유효용량보다 3배가량 높다. 융점이 높아 고온에서도 발화 가능성이 낮고 충격에도 강해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다. 흑연보다 소형화가 어렵고 방전이 빠른 것은 풀어야 할 숙제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외 전지업체들이 차세대 2차전지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신소재를 응용한 음극재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며 “향후 국내 업계가 실리콘 음극재를 상용화하면 해외 업체들이 장악한 음극재 시장이 재편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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