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나 드라마의 전유물이던 OST(Original Sound Track)가 게임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OST는 영화나 드라마에서 주인공이나 캐릭터의 감정선을 표현하고 기쁨이나 슬픔, 공포 등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예전에는 단순 배경음악에 그쳤던 게임 OST도 시각적으로 표현하기에 한계가 있는 게임 세계관과 스토리, 극적 분위기 등을 더 깊이 있고 세밀하게 전달하며 몰입하게 해주는 요소로 활용된다.
수준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해외 유명 오케스트라와의 협연으로 웅장한 사운드를 만들거나 유명 뮤지션과 인기 대중가수 참여가 참여해 음악 자체만으로도 인기를 얻기도 한다. 이미 해외에선 2011년 ‘문명’의 OST 바바예투가 미국 음반 분야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그래미상(Grammy Award)을 수상했다. 지난해에는 PS3용 어드벤처 게임 ‘저니(Journey)’ OST가 그래미상 후보로 오를 만큼 인기와 완성도 면에서 인정을 받고 있다.
올해도 이런 명품 게임 OST는 계속 쏟아질 전망이다. 먼저 인기 연재 만화 ‘레드블러드’를 원작으로 한 빅스푼코퍼레이션의 동명 온라인 게임 OST에는 ‘나는 가수다’ 시즌2 중 가와 자리에 오른 실력파 가수 더원이 참여한다. 더원은 최근 인기 드라마 ‘그 겨울, 바람이 분다’ 중 메인 OST 겨울사랑으로 주요 음원차트 1위를 차지하는 등 최고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레드블러드는 오는 4월 4일부터 7일까지 2차 비공개테스트를 시작할 예정. 폭발적인 가창력과 호소력 짙은 더원의 목소리에 남성적이면서 붉은 피(레드블러드)로 얼룩진 판타지 전쟁서사극 같은 원작이나 게임 느낌을 모두 담아낼 계획이다. 더원은 OST 참여는 물론 팬 사인회와 포스터 모델 활동 등 레드블러드 홍보 대사로도 나선다.
레드블러드의 배경음악은 ‘성검전설 외전’‘토털애니힐레이션’‘해리포터’ 게임 시리즈 음악을 맡고 국내에선 ‘길드워’ 음악을 담당해 잘 알려진 게임 음악계의 거장 제레미 소울이 만들어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엔씨소프트의 ‘아이온’은 세계적인 뮤지션 양방언을 앞세웠다. 양방언은 ‘반지의 제왕’‘해리포터’ 등 블록버스터 영화음악 녹음을 맡았던 영국 애비로드 스튜디오에서 73인조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협연을 벌였다. 그래서인지 아이온 OST는 2009년 발매 전 교보문고 핫트랙스 음반 예약 판매순위 1위, 발매 후에도 인터파크 음반 판매순위 1위를 기록하며 게임 OST가 하나의 독자적인 음악으로 인정받는 신호탄을 쐈다.
위메이드엔터테인먼트의 ‘천룡기’ OST에는 가수 임재범이 참여했다. 직접 작곡한 메인 테마곡 ‘Angel’과 드라마 ‘뿌리깊은 나무’ 작곡가 진명용이 작곡한 ‘가슴소리’ 2곡은 지난해 임재범의 정규 앨범 ‘TO…’에 수록되기도 했다.
물론 게임 업계는 OST가 단순 효과음을 벗어나 독자 영역을 구축해가는 건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게임성 자체가 떨어지면 히트가 어렵다고 말한다. 레드블러드 제작을 맡은 고릴라바나나 김찬준 대표는 “레드블러드의 경우에도 인기리에 연재되던 동명 만화 원작을 바탕 삼아 탄탄한 스토리를 갖추는 한편 멀티타게팅 같은 몰이사냥과 재미, 무한 물약 섭취라는 최신 트렌드 등을 넣었다”고 밝혔다. 레드블러드의 경우 개발 초기 단계부터 아예 만화 원작자인 김태형 작가를 아트디렉터로 참여시키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