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2.0]크라우드 펀딩, 왜 필요한가

지난해 미국의 JOBS법 발효 이후, 세계적으로 크라우드 펀딩에 많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크라우드 펀딩은 대중의 힘을 십시일반 모아 기업과 프로젝트에 투자나 기부하는 것이다. 2005년부터 세계적으로 500개 이상 크라우드 펀딩 중개 플랫폼이 생겼고 우리나라도 2007년부터 시작돼 지금까지 15개 정도 운영되고 있다. 올해 크라우드 펀딩 활성화를 위한 법제도 작업이 정부 부처에서 한창 진행 중이다.

고용기 한국 크라우드펀딩기업 협의회(KCFPS) 회장·오픈트레이드 대표
고용기 한국 크라우드펀딩기업 협의회(KCFPS) 회장·오픈트레이드 대표

인터넷이 세계를 연결시킨 이후 인류는 수평적 소통, 공유 경제 시대를 맞이했다. 이제 시대 코드에 걸맞은 새롭고 실행 가능한 자본주의 혁신이 필요하다. 창조경제 혁신을 이루기 위한 창업활성화의 새로운 해법으로 크라우드 펀딩이 부각되는 이유다. 개념적으로 충분히 생각할 수 있는 방법이고 이미 실행도 되고 있다. 계나 품앗이 같은 방법도 있었고, 엔젤클럽 투자도 그렇다. 금융사가 `클럽 딜(Club deal)`이라는 방식으로 기업이나 프로젝트에 공동으로 투자하는 것도 같은 개념이다.

크라우드 펀딩은 소셜네트워크와 금융과 융합을 이룬 오픈 플랫폼과 집단 지성(Collective Intelligence)이라 불리는 대중의 거대 지능을 통해 투명성과 효율성을 함께 갖출 수 있다. 말 그대로 오픈이노베이션을 금융에 실현시키는 방법이다.

그동안 업계는 어려움이 많았다. 해외와는 달리 국내에서는 플랫폼 사업자의 법률 지위가 모호해 창조적 사업이나 프로젝트를 실현하는 기업이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자금을 투자 받는 데 제한이 많았다. 가령 지분투자방식은 스타트업의 투자를 위해 온라인 홍보가 가능해야 하지만 현행법 상 투자자 보호를 위한 규제가 많아 오프라인에서 제한적으로 홍보할 수밖에 없다. 대출투자방식은 외국계 대부금융사가 점유하고 있는 고금리 대출 대안 역할을 하고자 애써왔지만 결국 대부업이라는 인식 속에 신뢰성을 얻지 못했다.

기부·후원 방식은 아이디어나 문화예술 프로젝트에 미리 자금을 후원 받고 미래에 상품 또는 관람권 등으로 투자자에 보상하는 방식이지만 이것이 통신 판매에 해당하는 것인지 기부에 해당하는 것인지 그 지위가 모호해 사업 확대에 어려움이 있었다. 통신판매업이면 업체가 물품 전달에 전적인 책임을 져야 하고, 기부면 기부사업자만 사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업계는 그동안 국무총리실,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중소기업청, 방송통신위원회, 안전행정부 등을 찾아다니며 규제 완화를 호소해 왔다. 최근, 법제화 추진 소식과 함께 연구기관과 학계에서도 크라우드 펀딩 순기능에 대한 연구보고가 발표되면서 사회적인 관심을 받게 되는 변화를 맞이했다.

지난달 27일, 국내 9개 크라우드 펀딩 업체가 모여 한국크라우드 펀딩 기업협의회(KCFPS)를 출범시켰다. 협의회 참여 회원사는 각각 지분투자방식, 대출투자방식, 기부·후원방식 분과로 나눠 자체적인 업계 정화기능과 운영 투명성을 갖고, 공동의 시너지를 낼 계획이다.

정부와 학계, 업계가 모두 크라우드 펀딩을 올바르게 법제화하고 정착시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엇갈리는 시각이 있다. 하나는 크라우드 펀딩 활성화를 통해 창조적인 기업 활동을 지원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투자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시각이다. 현재 법제화 추진은 보이지 않는 장막을 뚫고 나가 새로운 세계의 문을 여는 매우 중요한 원동력에 시동을 거는 일이다. 국가적으로 정말 현명하게 판단해 배짱 있게 추진해야 할 과제다. 크라우드 펀딩 산업분야를 7년여 개척해온 필자 입장에서 볼 때 아직도 활성화 과제가 남아있고 이러한 혁신 모델에 대한 대중 인식도 부족하다. 크라우드 펀딩을 세계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그 핵심 포인트가 어디에 있는지 기대효과가 무엇인지를 잘 생각해보아야 할 때다.

지금은 스타트업이나 예비창업자 등 창조적 원동력을 가진 기업 입장에 더욱 초점을 맞춰야 할 때다. 펀딩 신청 기업의 입장에서는 지분(주식)형, 채권형, 프로젝트형 등 다양한 형태의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또한 다양한 투자자가 집단 지성이나 엔젤투자 기법을 활용한 스스로의 보호기능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연간 총 투자금을 한정짓는 보호 보다는 탄력적 선택이 가능하도록 배려해야 한다.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사업자에게는 소셜네트워크 시대에 맞도록 펀딩 신청 기업들을 충분히 홍보해 줄 홍보의 기능과 권한을 부여해야 할 것이다.

이를 통해, 국민 입장에서는 크라우드 펀딩의 법제화 및 활성화를 통해 지금것 알기 어려웠던 창업기업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열리며, 새로운 투자의 기회를 얻고, 이러한 개방된 만남을 통해 구직자도 스타트업에 관심을 가질 수 있게 되는 새로운 시대가 올 것을 확신한다.

고용기 한국 크라우드펀딩기업 협의회(KCFPS) 회장·오픈트레이드 대표 ygko@opentrad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