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케아·메리어트는 왜 저가 호텔 시장에 눈 돌렸나

여행은 새로움에 대한 재미, 휴식을 통한 재충전을 안겨준다. 하지만 막상 여행을 가고 싶어도 돈이 부족해 한숨부터 나오는 일이 부지기수다. 자. 여기 이런 고민에 빠진 이들에게 희소식이 있다. 올해 3월 호텔 체인 기업 메리어트가 DIY가구로 세계를 장악한 기업 이케아와 손잡고 지갑 가벼운 유럽 여행객을 위해 실용성에 스타일을 얹은 저가 호텔 브랜드 목시(Moxy) 사업 계획을 발표했다. 유럽 각국에 있는 수많은 호텔과 견줘 목시는 과연 어떤 차별성을 갖고 있을까.

이케아·메리어트는 왜 저가 호텔 시장에 눈 돌렸나

◇반조립 형태 모듈식 공법, 공사비 절감= 조립식 가구 브랜드 이케아가 참여한 만큼 이케아 가구를 적용했을 것이라 생각할 수도 있다. 사실 그렇지는 않다. 대신 이케아는 공사비를 절감할 수 있는 새로운 공사 기술을 도입했다.

현재 초고층 빌딩 같은 건축물에 쓰이는 모듈식 공법이 바로 그것. 마치 구조를 단순화해 모듈 형태로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이케아의 DIY가구처럼 호텔 객실 하나하나를 반조립 형태로 미리 만든 뒤 현장으로 옮겨 시공한다.

이런 모듈식 공법은 메리어트로서는 첫 시도다. 목시는 한정된 예산으로 여행을 즐기려는 젊고 스타일리시한 고객층을 주요 공략대상으로 삼은 만큼 비싼 호텔비를 줄일 방안으로 모듈식 공법을 도입한 것이다.

◇메리어트는 왜 저가 호텔시장에 눈 돌렸나= 메리어트가 1년 안에 이탈리아 밀라노에 문 열 예정인 목시 1호점은 하루 숙박비가 78달러(한화 8만 6,000원대) 가량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정도 수준이면 상당히 저렴한 호텔이다. 고급 호텔 브랜드를 유지하던 메리어트는 왜 저가 호텔 시장으로 눈을 돌렸을까.

올해 유럽 호텔업은 경기 변동이 심한 와중에도 비교적 안정적인 편이지만 그동안 고급 호텔에 숙박하던 여행객이 허리띠를 졸라매면서 저가 호텔로 눈을 돌리는 현상이 늘고 있다. 저가 호텔 비즈니스가 호텔업의 새로운 주인공으로 뜨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껏 유럽 저가 호텔은 가격이 저렴한 대신 고객의 호평을 받을 스타일은 아예 포기한 경우가 많았다. 호텔 객실을 새로 리모델링하거나 객실 수를 늘리면 객실비가 올라 고객 점유율을 떨어뜨리는 문제점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아르네 소렌슨 메리어트 CEO는 “합리적인 가격과 스타일을 절충한 참심한 개념의 필요성을 목시 브랜드에 담았다”고 말한다. 실용성과 스타일리시한 품격을 동시에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이케아·메리어트는 왜 저가 호텔 시장에 눈 돌렸나

◇[Trend Insight] 칩시크 상품의 거침없는 행보에 주목하라= 유럽을 포함해 전 세계 소비자는 경기 불황과 저성장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소비자의 눈높이까지 동반 추락한 것은 아니다. 취향과 기호를 반영한 스타일리시한 상품, 그러면서도 가격은 실용적 수준에서 제공하는 상품과 서비스 시장 가능성은 여기에서 생긴다. `칩시크(Cheep Chic Trend) 트렌드가 그것이다.

지난 연말 오픈마켓 옥션은 한 해 히트상품을 정리하면서 칩시크를 최고의 쇼핑 키워드로 선정한 바 있다. 올해는 어떨까. 칩시크 시장은 여전히 성장중이다. 2012년말 대박 상품 리스트를 보면 2만원이 채 안 되지만 패션이 살아있는 기능성 언더웨어 유니클로 히트텍이나 옥션에서 가장 많이 팔린 1만원대 한줌견과 등이다. 여기에 메리어트의 목시 호텔에 이르기까지 칩시크는 분야와 국가를 막론하고 성숙해지고 있다.

하나의 상품이나 서비스로 실용성과 심미성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면 분야마다 실현할 수 있는 기술적 해결책에 대환 새로운 접근법이 필요하다. 실용적 가격에 스타일리시한 가치를 더하면 혁신이 되는 간단한 셈법이지만 정작 실현은 쉽지 않다. 그런 점에서 과감하게 모듈식 공법 기술을 적용해 실용적인 가격에 접근하되 세련된 디자인과 접목해 스타일을 유지한 메리어트의 시도는 주목할 만하다. 주머니가 빠듯하지만 모처럼의 여행을 숙박 탓에 망치고 싶지 않은 관광객에겐 매력적인 가치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