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직장인 중 66%가 자신의 일에 만족하지 못하고, 이로 인한 생산성 손실이 3000억달러에 이른다는 갤럽 조사결과가 있다. 이는 하고 싶은 일을 직업으로 갖는 일이 얼마나 시급한지 말해준다.
요즘 젊은이는 부모 세대처럼 앞만 보고 일하거나 월급봉투를 받는 데만 만족하지 않는다. 그들은 일하는 과정에서 즐거움과 보람을 찾는 `퍼플피플`이다. `퍼플`은 청색 작업복을 입고 제조업〃광업〃건설업 등 생산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도, 관리〃사무〃영업〃금융 부문에서 종사하는 화이트칼라도 아니다. 이는 새로운 형태의 일을 하는 이들에게 내가 붙여준 색깔이다. 퍼플, 곧 보라색은 예로부터 가장 귀한 색깔을 뜻하는 단어였다. 그 이유는 그 색깔을 만드는 과정에서 찾을 수 있다. 손수건 한 장 크기의 보라색 염료를 만들기 위해 1만2000여 마리의 달팽이가 필요했다 하니 그 가격이 황금보다 비싸다는 말이 과장이 아니다. 퍼플피플은 단지 돈이 아니라 무언가 다른 것을 자신의 직업에서 찾는다.
“모범생은 시키는 대로 잘 하는 사람, 모험생은 호기심을 채울 일을 찾아서 하는 사람. 이 시대의 일꾼은 누구일까요?”
나는 트위터로 젊은이들과 소통하면서 그들을 관찰하고 새로운 사실을 알았다. 그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느낀 점을 담은 책이 지난해 말에 나온 저서 `퍼플피플`이다. 새로운 스타일의 일꾼들을 부르는 신조어 퍼플칼라를 확산시키기 위해 나는 총 여섯 가지 지침을 던졌다. 첫째, 자신이 즐기는 일을 해라. 둘째, 남들을 `엔터테인`하라. 셋째, 어린아이들처럼 생각하라. 넷째, 남들과의 관계를 존중하라. 다섯째, 자신의 삶을 살아라. 여섯째, 자기 자신의 브랜드를 만들어라. 우리나라의 미래를 책임질 2030 세대에게 개인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해 미래를 멋지게 만들라는 간곡한 부탁을 전했다.
산업시대는 물리적 시간의 양이 생산을 좌우했지만, 이제 우리는 짧은 순간에도 가치를 생산하는 창조시대에 살고 있다. 가치는 순간의 아이디어로 창조된다. 디지털 문명은 산업시대의 성공사례들을 서서히 무너뜨리면서 세계의 부를 재편성하고 있다. `에어비앤비(Airbnb)`는 자신의 방이나 집을 타인과 나눈다는 아이디어인 공유경제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에어비앤비의 공동 창업자 두 명은 디자인스쿨 졸업생들이었다. 그들의 성공기를 보면 인간을 중심에 둔 창조적 사고방식이 기업경영에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지난 100년간 세계를 이끌어온 산업시대적 대기업의 몰락도 애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IBM 등 디지털 정보 관련 기업이 세계적 기업의 상위를 차지한 것도 최근의 시사점이다.
나는 디자인 회사를 운영했기 때문에 다른 경영인보다 이 같은 변화를 조금 먼저 깨달았다. 이노디자인의 디자이너는 퍼플피플의 모델이었다. 그들은 용기를 내 이노디자인을 찾아 왔다는 점에서 일반 직장인과 다르다.
이노디자인 스튜디오에는 국내에서 디자인을 전공한 다자이너들과 해외 유학을 거쳐 귀국한 디자이너들이 섞여 있다. 크게는 모두 디자이너지만, 경험과 전문 분야는 다르다. 나는 디자이너가 이노디자인에 합류하면 과거 전공 분야의 고정관념은 버리도록 적극 유도한다. 이노의 디자이너라면 다양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창조적 인재가 되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전공 분야별로 조직을 구성하기보다 프로젝트 팀으로 구성해 각자에게 가능한 많은 경험을 주려고 노력한다. 팀이란 다양한 개성들이 모여 마주치면서 창의적 기운을 서로 주고받을 때 더 나아진다.
회사는 직원에게 자유를 주려고 노력하며, 직원으로부터는 주인의식을 요구한다. 디자이너가 프로젝트의 주인이 되기 바라며, 열정을 쏟는 디자인으로부터 얻은 체험이 바로 그들의 몫이 될 수 있다. 이런 경험은 자연스럽게 이노 디자이너에게 자신이 즐기는 일을 하는 퍼플피플이 될 수 있게 한다. 그들이 일하는 방식은 기존 인사 관리자의 시선으로 보기에는 탐탁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창의적 직업인으로써 퍼플피플과 함께 막대한 이익을 창출하려면 경영자도 그에 맞는 마인드를 갖춰야 한다. 우리나라는 지난 60여년간 산업시대적 기적을 이루면서 무에서 유를 창조해 왔다. 국가대표급 기업들도 산업시대의 성공을 밑바탕으로 존재한다. 한국경제의 미래를 볼때 산업시대적 성공모델만 고수해서는 안 된다. 새로운 창업과 젊은이의 역할로 신경제 모델을 하루속히 그려내야 한다. 모범생 양산을 위한 주입식 교육과 상하명령구조는 산업시대에 걸맞은 근면 성실한 일꾼을 만들기는 좋았으나 이제는 다르다. 창의경제시대의 교육과 기업문화는 모험에 도전하는 창의력에 집중해야 한다.
앞으로 단순반복 기술직은 로봇이 대신하고, 많은 사람들이 창의적 직업에 종사할 것이다. 내가 퍼플피플에 주목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들은 새로운 비즈니스를 만들고 이끌어갈 인재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는 주인의식을 가지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한다. 또 새로운 일을 발굴하고, 자신의 삶과 일을 하나로 생각해 미래를 창조한다. 이런 열정적인 젊은 인재에게 미래를 맡겨야 한다. 디자인 정신으로 무장된 퍼플피플이 자유롭게 재능을 발휘할 수 있는 기업문화를 만들어 주는 것이 지금 리더의 몫이다.
김영세 이노디자인 회장 twitter@YoungSe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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