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監査)는 조직 관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영역이다. 기관이나 기업의 경영, 업무, 회계 상태를 종합적으로 감독·검사하는 기능을 맡는다. 부실 경영을 막고 투명한 회계 관리를 위해 없어서는 안 될 감초 같은 존재다. 정부 차원에서는 조직 이기주의와 부처 간 영역 다툼도 감사 대상이다. 내부적으로 감사 조직을 두기도 하지만, 객관적이고 공정한 분석을 위해 외부 감사를 두기도 한다.
요즘 우리나라는 감사 천국이다. 민간 기업보다 정부는 더하다. 먹이사슬처럼 복잡하게 얽혀있는 중앙부처와 산하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숱한 감사가 이뤄진다. 기관 내부 감사는 기본이다. 산하기관으로 갈수록 감사 숫자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지켜보는 시어머니가 많아서다.
감사 중에서도 백미는 감사원 감사다. 부처나 산하기관이 가장 무서워하는 정부 조직이다.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 없다`는 속담처럼 감사원 감사가 뜨면 안 걸리는 곳이 없다고 할 정도로 세다. 오죽하면 `싹쓸이 감사`라는 얘기까지 나돌까.
정부출연연구기관이 몰려있는 대덕연구단지도 예외는 아니다. 연구개발이 주된 업무지만, 최근 몇 년간 잦은 감사로 인해 몸살을 앓을 지경이다. 정도가 지나치다는 여론이 팽배하다. 외부 출장 후 당일 저녁 연구원에 들러 일을 했던 한 연구원 사정은 더 기막히다. 감사가 나와 출장 간 사람이 어떻게 출퇴근 체크까지 할 수 있었느냐며 증거를 대라는 통에 수 년 전 사용했던 신용카드에 KTX 사용 내역까지 찾아 간신히 위기를 모면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단편적인 예다.
최근에는 감사의 순 기능보다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이 들린다. 지나친 감사로 업무를 제대로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감사를 통해 얻을 수 있는 효과보다 오히려 감사를 폐지해 얻는 기회비용이 더 클 수 있다며 감사원 폐지를 주장하는 이도 생겨났다. 창조경제 시대에 맞는 감사 해법이 필요한 시점이다.
전국취재팀 신선미 부장 smsh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