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상직 장관 `광폭 행보`에…`과속` 우려도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광폭 행보`를 이어갔다. 지난달 11일 취임 직후 시작한 현장 행보가 3주차에 접어들어 더욱 활발해졌다. 산업계와 접점을 늘린다는 점에서 긍정적이지만 일각에서는 속도 조절이 필요한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됐다.

윤 장관은 4일 아침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30대 그룹 사장단 간담회를 가진데 이어 오후에는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를 찾아 중소기업 간담회를 열었다. 하루 동안 기업 생태계 양 극단을 오간 셈이다.

대중소기업은 동일한 동반성장 이슈를 놓고 접근법이 엇갈리는 곳이다. 중소기업 애로를 해소하려면 대기업의 양보가 필요하고, 대기업 운신 폭을 넓혀주려면 중소기업의 반대에 부딪힌다.

쉽지 않은 일정을 하루에 소화하기로 한 것은 `현장의 답은 현장에서 찾겠다`는 윤 장관의 정책 철학이 반영된 결과다. 윤 장관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일대일로 개별업체 애로사항을 다 듣는 것이 장관이 할 일”이라며 “정부는 중소, 중견, 대기업 얘기를 다 듣고 서로 다른 입장이 있으면 조율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에서는 윤 장관이 정부 초기 부처 간 경쟁에서 앞서나가려 `과속` 페달을 밟았다는 지적도 있다. 윤 장관은 최근 사흘 연속으로 의료기기업체(2일), 로봇업체(3일), 대중소기업(4일)을 방문하거나 간담회를 가졌다. 산업부 내부에서 방문업체를 선정하고 조율하느라 고심한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대기업 투자계획을 이끌어내는 과정도 자연스럽지 않았다. 윤 장관은 취임 이후 줄곧 `가격 후려치기` 등 대기업의 불공정 거래 관행을 개선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산업 진흥 부처 장관으로서는 이례적으로 대기업 납품단가 인하 실태조사를 실시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대기업에 실태조사를 예고한 후 그룹사 사장단을 소집하고, 그 자리에서 투자계획을 발표하도록 유도한 것은 과거 정부가 답습한 고전적 시나리오와 다를 게 없다는 지적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이날 간담회를 “강공을 접고 화해 모드로 가는 수순”이라고 표현했다.

산업부 유관기관 관계자는 “정부 조직이 늦게 출범한 상황에서 실물경제 주무부처 수장이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은 긍정적”이라면서도 “보여주기식이 아닌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하는 방향으로 속도를 조절할 필요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