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문·얼굴·홍채 인식 등 고급 생체인식 기술이 스마트폰에 잇따라 적용되고 있다.
스마트폰 보급으로 모바일 결제 시장이 창출되면서 고도의 보안 기술이 필요한 기업·정부용 스마트폰 시장도 급성장했기 때문이다. 생체인식 기술은 혁신의 한계에 봉착한 스마트폰 업계에 매력적인 솔루션이 될 것으로 보인다.
4일 업계에 따르면 NTT도코모·샤프 등 일본 업체는 내년 초 홍채 인식 기술을 탑재한 스마트폰을 출시한다. 일본 업체들은 글로벌 보안 업체와 협력을 맺고 스마트폰용 홍채인식 칩을 개발 중이다. 일부 국내 보안 업체도 이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경쟁력을 잃은 일본 업체들이 기업·정부 등 틈새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만드는 제품이다.
지문·얼굴 인식과 달리 홍채 인식은 미 국방부·최첨단 연구소 등 제한된 영역에서만 사용됐다. 그러나 최근 스마트폰의 보안 취약성 문제가 대두되면서 기업 및 정부용 제품에 대부분의 생체 인식 기술이 탑재되는 추세다.
삼성전자·애플 등 선두 업체도 생체 인식 기술 상용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애플은 차세대 아이폰 개발을 위해 지난해 7월 지문인식 솔루션 기업 오센텍을 3억5600만달러에 인수했다.
삼성전자도 지문·얼굴 인식 등 생체 기술을 적용한 스마트폰을 개발하고 있다. 안드로이드 운용체계(OS)에서는 기본적으로 얼굴 인식 기능을 제공하지만, 성능이 낮아 결제 등 보안용으로는 한계가 있다. 얼굴 인식 기술이 금융 결제 등에 쓰이기 위해서는 별도의 칩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초기 스마트폰인 옴니아 개발 때부터 얼굴 인식 기술에 관심이 많았다. 당시엔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와 카메라모듈 성능이 떨어져 상용화에 실패했다. 화질이 나빠 인식률이 낮은데다 AP 처리 속도마저 너무 느렸던 탓이다. 당시 AP 처리속도는 200~400㎒, 카메라모듈은 200만~300만 화소에 불과했다.
그러나 최근 출시된 갤럭시S4는 2㎓급 AP와 1300만 화소 카메라모듈을 장착했다. 별도의 하드웨어 비용 부담 없이 보안 칩만 장착하면 생체 인식 기능을 쉽게 구현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 시리즈의 보안 성능을 끌어올려 기업·정부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최근 삼성전자는 독일 연방정보보안청(BSI)을 통해 독일정부에 갤럭시 시리즈 5000대가량을 공급하기도 했다.
세계 최대 소셜 네트워킹 서비스 업체 페이스북도 지난해 6월 이스라엘 얼굴 인식 기술 업체 페이스닷컴을 1억달러에 인수했다. 자체 스마트폰 개발을 염두에 둔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 관계자는 “스마트폰이 PC처럼 점차 상향 평준화되는 상황에서 생체인식 기술은 차별화 요인이 될 수 있다”며 “특히 삼성전자와 애플은 향후 특허 분쟁에 대비하기 위해 원천 기술 확보에 안간힘을 쓸 것”이라고 말했다.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