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세의 디자인스토리]<22> 스틸로그-캠핑문화를 디자인하다

자연으로 들어가 그 일부가 되는 캠핑의 매력은 매년 증가하는 캠핑족의 숫자만 보아도 알 수 있다. 사회가 고도화되고 도시가 발달함에 따라 그 반작용도 커진다. 사람들은 휴식의 질이 더욱 높아지길 기대하고 자연을 만끽하는 것에 시간과 돈을 아끼지 않는다. 지금은 어딜 가든 무선 인터넷을 통해 모두와 소통을 할 수 있다. 떠나는 일에 거리낄 것이 전혀 없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람들은 기왕이면 좋은 공기를 마시면서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편안한 여가를 즐기고 싶어 한다. 그동안 사치로 여겨지던 캠핑카·모빌 홈에 대한 수요와 투자도 많이 늘었다.

오랫동안 우리나라 여가 문화는 외국보다 실내 오락에 집중되었다. 주 5일 근무가 일반화된 것을 계기로 적극적으로 외부 활동을 찾는 인구가 늘어났다. 스틸로그는 아직 국내에는 생소한 오토 캠핑 문화를 이끌기 위해서 나에게 손을 내밀었고, 작년부터 이노디자인과 전략적 디자인 협력 계약을 맺고 함께하고 있다.

우리는 브랜드를 알리기 위한 로고 디자인부터 인테리어, 컬러, 전반적인 `룩앤필(Look and Feel)`을 원스톱 서비스로 제공했다. 디자인을 제품이 제공하는 서비스의 큰 축으로 접근한 것이다. 스틸로그의 부엉이 캐릭터는 야행성인 그 특성을 차용하여 어두운 밤에도 즐거운 캠핑의 추억을 만들 수 있음을 표현한다. 자칫 위험할 수 있는 밤에도 이용자를 항상 지켜주는 튼튼하고 움직이기까지 하는 집의 역할을 담았다. 스틸로그(Steel+Log)는 하얀색의 밋밋한 도장 대신에 캠핑을 떠나는 설레는 마음과 친근한 캠핑의 아이콘을 담았다. 그 이름의 뜻처럼 내부에는 도시에서 볼 법한 유용한 편의시설로 도시에 익숙한 캠핑족이 불편함이 없이 자연을 만끽하고 다시 일상에 돌아올 수 있도록 배려하였다.

이노디자인이 공동 참여한 스틸로그 제품과 함께라면 “집 떠나면 고생”이라는 말이 옛말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오히려 자연 안에 또 하나의 집을 갖게 된다. 이러한 취지로 만들어진 것이 모빌 홈, 말 그대로 `움직일 수 있는 집`이다. 여름에는 탁 트인 해변에서 햇살을 만끽하고, 겨울에는 눈 쌓인 산속 오두막에서 사랑하는 사람들과 도란도란 이야기하고 싶은 현대판 유목민들의 감성을 충족시켜 줄 수 있다. 한번 여행을 갈 때마다 자기 몸보다 큰 짐을 싸고 질질 끌고 다니는 것이 귀찮은 이들에게 딱 맞는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 이노디자인과 스틸로그는 지금도 열심히 내일을 만들고 있다. 조만간 출시될 `카고트레일러`와 장기적인 안목으로 준비 중인 `이노리조트`도 같은 맥락이다.

이노리조트는 산을 깎고 인공호수를 파서 호텔이나 콘도를 짓고 단체관광객을 맞는 형태의 리조트가 아니다. 텐트, 캠핑을 중심으로 자연과 함께하는 디자인 중심 리조트로 만들어지고 있다. 로고부터 다양한 사이트까지 디자인이 들어가지 않는 곳은 없다.

디자인은 시류를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문화를 주도하는 역할도 있다. 디자이너는 그 어떤 직업보다 사용자의 취향과 트렌드에 민감하다. 근 미래의 사람들이 어떤 것을 원하고 그것을 위해서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를 알고 있다. 디자이너는 사람들이 살기 좋은 미래를 만들기 위해서 설명할 수 없는 욕구(Unspoken wants)와, 충족되지 않은 필요성(Unmet needs)을 찾아내고 채워주어야 한다.

디자이너의 눈으로 세상을 본다면 사업아이템은 바로 사람들의 마음을 살피는 것에 있다. 스틸로그는 자연 속에서 사랑하는 이와 좋은 시간을 즐기면서도 도시의 편리함은 놓치고 싶지 않은 현대인의 `마음 점유율`을 크게 차지할 것이다.

김영세 이노디자인 회장 twitter@YoungSe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