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28일부터 페이스북 앱과 메신저 앱을 통해 우리나라에서도 무료통화 기능이 활성화 되었다. 지난 1월 16일 미국과 캐나다에서 처음으로 서비스를 제공한데 이어 지난 주말부터는 아르헨티나, 이번주에는 영국, 호주 등에 이어 우리나라까지 서비스 지역이 확대되었다.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이나 아이폰용 페이스북 앱 또는 메신저 앱으로 통화가 가능하며, 친구로 등록된 사용자의 프로필 오른쪽 상단에 `i` 즉, 연락처 정보 버튼을 누르면 통화 가능 여부를 알 수 있다. `무료 통화` 버튼이 활성화 되어 있으면 바로 연결이 가능하다.
실제 외부에서 3G와 LTE 상태에서 전화 연결을 했을 때 음성통화가 가능했는데, 상대방은 페이스북 앱을 사용 중이거나 메신저 앱을 사용 중일 때 통화가 가능했다. 앱을 사용하지 않을 때는 알림 기능만 켜져 있으면 전화가 오는 것을 알 수 있다.
LTE 네트워크 연결 상태에서의 음질은 상당히 깔끔하고 맑은 편이었다. 연결된 아이폰은 통신사가 달랐지만 최근 KT 아이폰과 일부 최신 스마트폰 이용자들 사이에 제공되는 `HD 보이스` 수준으로 깨끗하게 들렸다. 다만 중간 중간 끊김이 있었고 연결이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긴 했다. 네트워크 문제인지 아니면 페이스북 서비스의 문제인지는 알 수 없었다.
사실 이 정도가 페이스북 음성통화의 전부였다. Wi-Fi뿐만 아니라 3G, LTE 네트워크에서도 음성통화가 가능한 VoIP 서비스 제공이라는 점은 이미 스카이프나 카카오의 보이스톡, 마이피플, 라인 등을 통해 경험했었고, iOS 기기의 경우 페이스타임이라는 영상통화 서비스가 있기에 호기심에 처음 사용해보는 수준의 서비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페이스북 무료통화가 음성통화 시장에 미칠 영향은 미미
스마트폰 보급이 늘어나면서 사실상 이동통신 요금제는 음성에서 데이터중심으로 급하게 넘어가고 있다. ARPU에서 데이터가 차지하는 비중이 더 커져가고 있으며, 통신사들은 더 많은 데이터를 사용하는 방향으로 ARPU 정책을 가져가고 있다.
최근 SKT의 망내 무제한 음성통화 및 문자 서비스 무제한 요금제 역시 3,500원 가량의 더 높은 요금제로의 변경을 전제로 제공되어, 결국 데이터 ARPU를 높이는 방향으로 서비스가 드라이브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음성통화 기준의 과금제도가 스마트폰 시대에서는 적합하지 않을 수 있다는 대전제가 깔려있는 것이다.
스카이프나 카카오의 보이스톡 서비스가 있지만 VoIP 서비스가 음성통화 시장 자체의 큰 변수는 되지 않고 있다. 지금까지 전문가들과 통신사들이 걱정했던 수준의 음성통화 시장의 혼란은 없었다. 연결의 편의성과 고르지 못한 통화품질 등의 이유로 VoIP는 그렇게 인기를 끌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SNS나 모바일 메신저 서비스 자체가 음성통화를 줄게 만드는 요인이 되고 있다. 즉, 음성통화 대체 서비스 때문에 음성통화가 줄어든 것이 아니라 소비자들의 커뮤니케이션이 음성을 대신하여 소셜 활동과 메신저 등으로 바뀌고 있다는 점이 오히려 음성통화 시장을 흔들고 있는 중요한 요인이다.
다른 VoIP와 달리 페이스북에서 제공하는 음성통화는 조금 다른 위상을 가지고 있긴 하다. 지난 1월 페이스북의 2012년 4분기 실적발표에서 페이스북 월간 활동 유저수가 10억 6천만 명을 넘겼고, 일일 활동 유저수가 6억 1천 800만 명이라는 수치가 보여주듯 사용자 활동지수가 높은 편이어서 음성통화 서비스 사용률이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구글도 2009년 자체 전화서비스인 구글 보이스를 미국과 캐나다의 북미지역에서 무료로 제공하고 있으며, 올해말까지 무료를 유지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2010년에는 지메일에서 연결 가능한 지메일 콜 서비스를 선보이기도 했었다.
구글은 자사 서비스 플랫폼의 영향력을 등에 업고 음성통화 서비스를 내놓았다. 하지만 이런 서비스는 구글의 기대만큼 성장하거나 매출에 큰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음성통화 요금이 충분히 싸졌고, 편의성도 여전히 기존의 유선전화와 휴대전화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어서다.
따라서 페이스북의 무료통화 서비스 역시 구글 보이스와 같이 페이스북 서비스 중의 하나로 제공될 뿐, 더 이상의 큰 파괴력을 가지는 서비스로 성장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사용자가 굳이 페이스북을 통해 친구들과 음성통화를 하지는 않을 것이다.
음성통화는 데이터를 사용하는 여러 이동통신 서비스 중의 하나로 자리잡을 뿐 더 이상 이동통신 서비스의 킬러앱, 통신사의 절대 수익을 보장하는 상품으로 존재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미 이러한 변화는 요금제와 소비자의 사용패턴으로 증명되고 있다.
다만 페이스북 무료통화 서비스가 통신사들의 음성중심의 요금제 개편에는 영향을 미칠 것 같다. 커넥티드 사회가 가속화되면서 페이스북은 소셜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고, 커넥티드 피플을 연결하는 중요한 서비스가 되었기 때문이다.
차라리 페이스북이 써드파티 앱들에 대해 자사의 무료통화 API를 제공한다면 의외의 방향에서 영향력은 커질 수 있을 것이다. 음성통화를 상품으로 제공하는 통신사의 수익사업은 점점 위협을 받고 있는데, 극단적으로 통신사들 역시 자사의 서비스 플랫폼이 제대로 구축된다면 무료 음성통화 API를 내놓을 것이다. 그런 촉매제 역할로서의 페이스북 무료 음성통화 서비스는 의미가 있을 것이다.
구글에 이어 페이스북도 자사의 플랫폼 영향력을 바탕으로 무료 음성통화 제공에 나섰지만, 생각보다 시장에 미치는 큰 영향력은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