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 기반 스타트업의 요람 `팹랩(FAB Lab)이 서울에 상륙했다. 장소는 청계천 세운상가. 세운상가는 과거 `세운상가에 없는 물건은 대한민국에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번화했지만 최근에는 시대에 뒤떨어진 낡은 전자상가 이미지가 강했다. 최근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스타트업 지원기관 `타이드인스티튜트`가 문을 연 `팹랩 서울`로 세운상가가 제조업 예비창업자의 아지트로 변모하고 있다.
팹랩 서울은 서울시 사회적 경제 아이디어 대회를 통해 탄생했다. 43개 시민 아이디어에 선정돼 1월 28일부터 3월 8일까지 크라우드펀딩으로 총 513만원을 모았고 서울시가 500만원을 지원했다. 지난달 말 최우수 9개팀에 선정돼 서울시에서 추가로 1000만원을 지원한다.
`공동 디지털제작소`를 표방하는 팹랩서울은 디자인을 바탕으로 시제품을 직접 만든다. 창업자가 평소 접하기 힘든 고가 장비가 한 곳에 모여 있다. 자신의 손으로 머릿속 아이디어를 시제품으로 만들며 제작 방법 이해도를 높이고 이를 바탕으로 제품을 개선 할 수 있다. 팹랩서울에서 만나는 장비는 120W 레이저커터 1대, FDM방식 3D 프린터 4대, 키넥트 솔더링스테이션, 드레멜, 각종 핸드툴 등이다.
레이저커터기는 레이저를 이용해 정밀한 2차원 형상 절단과 새김이 가능한 기계로 가격은 1000만원 이상을 호가한다. 나무아크릴폴리에틸렌 등을 가공할 수 있다. 3D프린터는 3D 형상을 출력하는 공작기계로 가격은 200여 만원이다. 사진 속 3차원 정보를 분석해 그 자리에서 무엇이든 만들 수 있다. 전용 카메라로 물체를 찍거나 설계도를 입력하면 프린터가 플라스틱이나 금속 같은 고분자 물질을 뿌려 층층이 쌓아 올리는 방식으로 형태를 만든다.
소비자가 원하는 대로 강도와 촉감을 구현할 수 있을 정도로 정교하다. 설계 수정과 공유가 쉬워 어디서나 원하는 제품을 빠르게 생산해 현재 제조 기반 스타트업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장비 중 하나다.
팹랩서울은 회원제로 운영한다. 월 회비 혹은 기계에 따라 일정 비용을 지불하면 된다. 팹랩서울을 운영 중인 타이드인스티튜트는 사용자가 직접 장비 운용을 할 수 있도록 장비 사용과 안전교육을 실시한다. 공간 사용자의 아이디어 공유와 협업도 지원한다.
교육은 매주 워크숍 형태로 진행된다. 4월 프로그램은 레이저로 사진 새기기, 3D 스캔과 3D 프린트를 이용한 초콜릿·젤리 만들기 등이다. 앞으로 일반인뿐 아니라 디자이너, 예술가, 기술창업 스타트업 등을 대상으로 특화된 워크숍을 진행할 예정이다. 고산 타이드인스티튜트 대표는 “국내 제조업 산업은 중국 등 값싼 해외 아웃소싱으로 쇠퇴기를 겪지만 3D 프린터, 레이저커터 등을 이용한 소규모 제조업이 각광받고 있다”며 “팹랩서울이 고가 장비와 시제품 제작 공간 지원으로 제조업 기반 스타트업 탄생에 기여하는 것을 넘어 국내 제조업의 제2 부흥을 이끌 것”이라고 말했다.
정진욱기자 jjwinw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