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車 전장부품 내구성 확보 절실

현대기아차가 미국에서만 190만대에 달하는 자동차를 리콜하기로 하면서 전장부품 내구성 확보에 관심이 쏠렸다.

전체 리콜 차량 가운데 약 168만대에서 브레이크 작동시 브레이크등이 들어오지 않는 문제가 나타났다. 브레이크등이 들어오지 않는 경우의 수는 브레이크가 작동하지 않거나, 브레이크와 브레이크등을 연결하는 과정이 불량인 경우 두 가지다.

리콜 차량은 브레이크 작동이 잘 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어, 후자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정했다. 브레이크등 스위치나 브레이크등으로 이어지는 전선다발(와이어 하니스)이 문제라는 것이다. 결국 전장부품이다.

현대기아차 내구품질이 업계 평균보다 떨어지고 있다는 징후는 사전에 포착됐다. 미국 자동차 전문 시장조사기관 JD파워의 내구품질지수(VDS)가 최근 2~3년 들어 급격히 하락한 것이 대표적이다. 현대차는 2010년 이 조사에서 148점을 차지해 업계 평균 155점(점수가 낮을수록 우수)보다 우수했다.

그러나 지난 2월 발표된 올해 조사에서는 141점으로 업계 평균 126점에 크게 못 미쳤다. 업계 평균 점수가 크게 상승하는 사이 별다른 진전을 보이지 못해 상대적인 퇴보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기아차는 두 조사 모두에서 업계 평균을 밑돌았다.

전문가들은 최근 자동차에 전장부품 채용이 크게 늘면서 내구품질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과거에는 하드웨어가 깨지거나 부서지지 않는 게 내구성을 의미했다면, 이제는 가혹조건에서 전장부품이 얼마나 잘 버티는가가 내구성의 기준이 됐다는 것이다.

현대기아차 내구품질지수가 하락한다는 것은 그만큼 전장부품이 가혹한 자동차 주행환경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한다는 의미가 된다. 언제든 리콜 사태가 재연될 수 있다는 의미기도 하다.

현대기아차가 연초부터 정몽구 회장의 `품질경영론`을 전면에 내세우며 내실경영을 다짐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스스로도 `문제가 일어날 수 있다`는 위기감을 느꼈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지금이라도 전장부품 내구성 확보에 전력투구를 해야 한다. 어렵고 힘든 길이라는 것을 잘 안다.

전자업종과 달리 자동차 전장부품은 안전과 직결된 만큼 내구성 확보까지 오랜 시간과 많은 비용이 투입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늘 힘든 길을 잘 달려온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이 이번에도 힘찬 질주를 보여줄 것이라 믿는다.

김용주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