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전 이즈음, `녹색성장`이 화두였다.
새 정부 출범과 함께 우리 신문에도 `그린오션`이란 조직이 신설됐다. 이번에는 미래창조과학부가 박근혜 정부의 핵심 부처가 됐다. `창조경제`가 화두다.
뜻하지 않게, 당시 녹색성장과 지금의 창조경제를 비교하게 됐다. 모두 공허하게 들리긴 마찬가지다. 지금 녹색성장을 외치고 당시 창조경제를 주창했으면 어땠을까.
이전 정권과의 차별화, 이번 정권의 케치프레이즈용으로 선정된 문구에 큰 의미를 부여하기는 힘들다. 진중함이 묻어 있을 이유도 없다.
“창조경제가 뭐냐”는 질문에 장관 후보자들 입에서 나왔던 각종 미사여구는, “층간소음 문제 해결도 창조경제”라는 대통령의 `극세사` 멘트 한마디에 용도 폐기돼 버리는 `초경량성`을 자랑한다.
현재 청와대는 `창조경제 실현계획안`을 마련 중이다.
계획안의 얼개가 늘 그렇듯, 관련 법 제정하고 정부 추진체계부터 다잡는다. 다음엔 계획대로 잘하나 못하나 평가한답시고, 복잡하고 어려운 성과 지표·지수나 만들어낼지 모른다.
대한민국 공무원에게 `창조`를 요구하는 것만큼 잔인한 일이 또 있을까. 관계 법령과 상관의 지시, 전례 등에 따라서만 움직여온 공무원들에게 느닷없이 창의적 발상과 창조적 행정을 바라는 게 가당키나 할까.
지난 수십 년 간 자신의 아이디어나 의지보다는 관행에 기대온 게 사실이다. `영혼 없다`는 얘기까지 들으며 지켜온 무소신을 하루아침에 버리기는 쉽지 않다.
“드디어 합격증을 손에 쥐었다. 내 끼와 열정을 악마에게 모두 바치고 나서야 말이다.”
음악도 출신의 어느 고시생이 올린 합격수기 중 일부다. 다름 아닌 소신을 금과옥조처럼 여기고 일하라는 얘기다.
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