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 사용자 950여만 명이 가입한 휴대전화 보험에 대해 무용론이 일고 있다.
`자기부담금 몇만 원만 내면 스마트폰 분실이나 파손 시 걱정 없다`던 판매원의 말만 믿었다가 수십만원의 자기부담금 때문에 보험 적용을 포기하는 소비자가 속출하기 때문이다.
9일 소비자문제연구소 컨슈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접수된 휴대전화 보험 관련 분쟁은 407건으로 전년(151건)보다 169.5% 급증했다.
스마트폰 대중화로 휴대전화 보험 가입자가 많았던 초기에는 주로 `보험금 지급 지연`이나 `까다로운 접수절차`에 대한 민원이 많았으나 최근 민원의 80% 이상은 `과도한 자기부담금`에 몰려 있다.
최근 출고가 90만원짜리 휴대전화를 분실해 보험 처리할 때 가입자가 내는 자기부담금만 28만~34만원에 달한다. `자기부담금 5만원만 내면 고가 스마트폰 분실해도 문제없다`는 일부 판매원의 말과는 딴판인 셈이다.
그러나 이런 자기부담금을 낼 바에는 신규로 휴대전화에 가입하는 편이 소비자에게 이득이다. 보조금 과당경쟁으로 신규 휴대전화라도 출시 1개월도 지나지 않아 가격이 폭락하기 때문이다.
번호 이동으로 신규 스마트폰을 사면 최저 20여만원의 단말기 값만 내면 된다. 단말기 대금을 일시불로 결제해야 하는 부담도 없다.
이처럼 휴대전화 보험의 자기부담금이 많아진 이유는 보험금 지급이 정액제에서 정률제로 변경되면서 자기부담금이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KT와 SKT 등 통신사와 삼성화재, 동부화재, 현대해상 등 손해보험사들은 휴대전화 보험금 지급 급증으로 손해율이 상승해 별도리가 없다는 입장이다. KT는 2011년 9월 `olleh폰안심플랜`, SKT는 지난해 7월 `스마트 세이프`로 휴대전화 보험을 변경하며 자기부담금을 높였다.
보험금 산정의 기준이 되는 단말기 출고가에도 원인이 있다.
단말기 등 정보통신(IT) 기기 특성상 출시 후 몇 개월이 지나면 가격이 수십만원씩 떨어지지만 보험금에 적용되는 `출고가`는 요지부동이다. 이 때문에 자기부담금이 구형 스마트폰 가격보다 많아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지는`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
더욱이 자기부담금을 내더라도 휴대전화 보험을 보상받기 쉽지 않다.
보험 적용이 안 되는 면책조항이 많아서다. 약관 내용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고 분실이나 파손, 고장 시 무조건 보상을 받을 수 있을 것처럼 가입시키고서 막상 문제가 생기면 이런저런 이유로 보상을 거절하는 사례들이다.
컨슈머리포트 관계자는 "휴대전화 보험의 보험금 지급 조건 등에 대한 자세한 설명 없이 마치 부가서비스의 일종인 것처럼 불완전 판매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고 전했다.
일부 보상을 받았을 땐 최대 보상한도를 확인하지 않으면 보험료만 꼬박꼬박 내고 `쥐꼬리` 보상을 받을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30만원이 최대보상한도인 상품에 가입했다면 27만원 보상을 받은 이용자는 차후에 휴대전화를 잃어버려도 3만원밖에 보상받을 수 없다. 일부 통신사는 제3자에 의해 파손 및 분실된 경우 구상권을 청구해 보상이 제한된다는 사실을 아는 가입자도 많지 않다.
회사 동료의 실수로 휴대전화가 침수돼 고장이 났다면 보험금 중 일부 금액은 회사 동료에게 구상권이 청구된다.
한 이동통신사 관계자는 "휴대전화 보험의 자기부담금을 정률제로 한다는 점을 이미 고객에게 공지했다"면서 "고가 스마트폰이 늘면서 보험 손해도 커지고 있어 부득이하게 일정 부분을 제약할 수 밖에 없다"고 해명했다.
이동통신 3사와 계약한 휴대전화 보험 가입자 수는 2011년 874만명, 지난해 950여만명으로 매년 100여만명씩 늘어나는 추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