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제품 수명

우리나라 휴대폰 이용자의 연간 제품 교체율이 67.8%에 달한다는 최근 조사가 있었다. 1년 동안 우리나라 휴대폰 이용자 가운데 3분의 2는 새 제품을 구매한다는 것이다.

휴대폰(스마트폰) 사업은 짧은 제품 수명이 매력적이다. 2년이 멀다하고 새 제품을 구매하는 사람이 많다. 제품 수명이 짧을수록 수요가 많다. `가전의 얼굴`로 불리는 TV는 평균 교체주기가 7년이다. 냉장고와 세탁기 수명도 5~10년 정도다. 이를 감안하면 휴대폰의 매력은 더 두드러져 보인다.

더구나 휴대폰은 개인용 기기다. 가족 구성원이 한 대씩 갖고 있다. 가정에 보통 1대씩만 놓는 TV나 냉장고, 세탁기와 체질이 다르다. 그렇다고 스마트폰 가격이 저렴한 것도 아니다. 신형 스마트폰 가격은 100만원에 육박한다. 어지간한 중급 TV, 냉장고, 세탁기 가격과 비슷하다.

다른 비용요인이 있겠지만, 스마트폰은 단순 원재료(철판, 동 등) 비용도 대형가전에 비해 현저히 적게 든다. 크기가 작기 때문에 배송에 드는 비용도 백색가전에 비해 저렴하다. 그래도 짧은 수명을 무기로 많이 팔린다.

스마트폰 교체주기가 짧은 것은 내구성이 떨어져서가 아니다. 폰이 고장 나서 교체하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새로운 기능과 최신 디자인, 편리한 이용자경험(UX) 등에 몰입된 소비자가 신제품을 찾는 것이다. 여기에 통신사와 제조사의 마케팅도 영향을 미친다.

제품 주기가 짧은 것은 기회와 위험 요인을 모두 제공한다. 삼성이 최근 2~3년간 갤럭시 시리즈를 연달아 히트시키면서 시장에서 우위를 점한 것은 기회를 잘 살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빠른 교체주기 탓에 새로운 경쟁자들이 수시로 등장한다. 신 모델이 자칫 한번이라도 삐끗하면 시장 점유율은 뚝 떨어질 수밖에 없다. 삼성그룹 이익의 70% 이상을 삼성전자가, 또 삼성전자 이익 가운데 3분의 2를 스마트폰에 의존한다. 제품 수명 주기보다 더 빨리 혁신하지 않으면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제품 수명 주기보다 훨씬 빠른 `퍼스트무버` 혹은 `패스트무버` 전략을 더 고민해야 할 때다.

전자산업부 차장·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