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년간 디스플레이 업계를 뒤흔들었던 `기술 유출` 망령이 또 다시 고개를 들었다.
경찰이 삼성디스플레이가 LG디스플레이의 기술을 빼내려 했다는 정황을 포착한 것이다. 경기지방경찰청이 LG디스플레이가 삼성디스플레이의 기술을 유출했다는 수사 결과를 발표한 지 딱 1년 만이다.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지난 9일 아산·천안·기흥 등에 있는 삼성디스플레이 사업장 3곳과 본사 등 총 4곳에서 압수수색을 벌였다. 삼성디스플레이가 LG디스플레이의 협력업체 H사와 D사를 통해 화이트(WRGB) OLED 기술을 빼내려 했다는 혐의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기술 유출보다 기술 유출 파문에 따른 후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더 높다. 삼성과 LG 모두 실제로 사용하지도 않은 기술 유출에 대한 혐의를 받고 있어 실질적 피해는 없는데다 협력사들의 영업 활동에 제약이 따르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기술 유출 사건들이 경쟁사에 대한 과도한 정보 수집 행위에서 비롯됐다며 이 같은 관행이 없어져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삼성디스플레이가 혐의를 받는 시기는 2010년 전후인 것으로 알려졌다. LG디스플레이가 대면적 OLED TV를 상용화하기도 전인 기술이다. 더욱이 삼성디스플레이는 당시 대면적 OLED 기술로 SMS(Small Mask Scanning)를 개발 중이었다.
1년 전도 마찬가지 상황이었다. 당시 경기지방경찰청은 LG디스플레이가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 연구원들을 통해 삼성의 SMS(Small Mask Scanning) 기술을 빼냈다며 두 회사의 임직원을 입건했다. LG디스플레이 역시 WRGB OLED로 상용화 방향을 정해 놓았고, 유출됐다는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의 SMS 기술 역시 상용화되지도 못한 상태였다. 현재 수원지법에서 이 사건에 대한 공판을 진행 중이다.
혐의를 받은 양사 모두 같은 반응이다. “사용하지도 않을 기술을 왜 빼돌리겠느냐”다.
업계에서는 이에 대해 무리한 정보 수집 관행이 낳은 결과라고 지적했다. 정보 수집을 위한 자료 유출이 실적 올리기에 혈안이 된 경찰의 정보망에 걸리면서 기술 유출 파문으로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업계가 우려하는 것은 양대 패널 업체의 싸움으로 인한 여파다. 지난 1년 동안 두 회사는 서로에 대한 공격을 계속했다. 결국 두 회사의 특허 싸움으로까지 번졌다. 보안 수위가 높아지면서 협력업체 단속도 강화됐다. 협력업체들의 수출길까지 빨간 불이 켜졌다.
다행히 양사는 화해를 위한 특허 협상은 이번 수사와 관계없이 진행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서로를 비난할 만한 사건이 이어진다면 전망은 불투명하다.
업계 관계자는 “사실상 특허 싸움도 감정싸움에서 시작해 서로 흠집내기식으로 진행된 것”이라며 “두 회사의 과도한 경쟁심이 사건을 만들어 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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