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미디어방송 산업계가 급격한 변화의 물결에 직면했다. 첫째는 디지털방송으로 전환이다. 2009년 미국, 2011년 일본 등에 이어 우리나라도 올해 OECD 국가 중 24번째로 지상파방송의 디지털 전환을 마무리한다. 보편적 서비스로서의 고선명(HD) 디지털방송이 시작되는 것이다. 이에 따라 과거 독자영역을 구축했던 방송이 다른 정보통신기술(ICT)과 호환·융합하는 미디어로 바뀌고 있다. 영상이 소통과 통신의 중심이 되면서 영상을 만들고 처리하는 방송·영상 기술이 ICT 산업의 핵심으로 자리 잡았다.
두 번째는 스마트 생태계다. 수년 전만 해도 콘텐츠(C)-플랫폼(P)-네트워크(N)-디바이스(D)는 영역이 확실히 구분됐다. 이후 애플이 스마트폰 생태계를 성공적으로 구축하면서 다양한 응용 기술과 융합했다. 최근엔 스마트TV 생태계로 진화하고 있다. 융합은 디지털방송 전환과 더불어 HD방송 이후 `포스트-HD 시대`를 대비하는 움직임과 맞물렸다. 기술과 산업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경쟁이 본격적으로 펼쳐졌다.
주도권 경쟁은 콘텐츠 실감화와 양방향 융합미디어가 결합하는 이른바 `스마트 실감미디어`로 표출됐다. 스마트 실감미디어는 현장감을 극대화한 3D, 초고선명(UHD) 기술과 오감을 자극하는 디지털 실감콘텐츠 등을 방송통신 융합망에서 시공간 제약 없이 제공하는 것이다. 미디어 융합 효과를 극대화한 차세대 매체라 할 수 있다. 앞으로 미디어는 사용자 행동·상황·감성을 인지하고 반응해 생동감과 사실감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진화할 것이다.
미디어가 단말, 플랫폼, 운용체계(OS), 네트워크 등 사용자 환경을 자동으로 인식해 다양한 서비스와 결합한다. 현실과 가상세계 구분 없이 시공간을 뛰어넘는 `네오 스마트 실감미디어`로 계속 진화할 전망이다. 스마트 실감미디어는 스마트교육, 스마트의료 등 스마트 컨버전스 시대의 근간을 이루는 스마트 인프라로 발전할 것이다.
스마트 실감미디어 산업은 교육·의료·복지·농업 등 타 산업과 융합·확산하는 `스필 오버(spill over)` 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 새로운 융합산업을 창출하고, 콘텐츠·인프라·서비스와 동반성장한다.
미디어 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분야간 융합으로 전후방 파급효과를 극대화하는 것이 급선무다. ICT산업의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서비스를 조기에 개발하는 것도 중요하다. 대중소 동반성장을 위한 글로벌 개방형 생태계도 구축해야 한다. 한류 콘텐츠를 지렛대 삼아 글로벌 개방 시스템을 차분히 구축한다면 세계 생태계 한 축을 점할 수 있다. 중소기업 개발사, 서비스 제공자, 콘텐츠 제조사 등이 자원을 공유하며 함께 커갈 수 있는 생태계 기틀을 다져야 한다.
평창 동계올림픽을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우리가 먼저 개발한 스마트 실감미디어 서비스를 세계인의 이목이 집중된 평창에서 홍보한다면 미디어 기술과 산업을 선도하는 기회가 열릴 것이다. 이를 통해 차세대 글로벌 스타기업의 등장을 기대해도 좋을 것이다.
박현제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디지털TV·방송 PD hjpark@keit.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