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차 드라이브]벤츠 CLS 슈팅 브레이크

`슈팅 브레이크`는 오래도록 기억될 이름이 아닐까 싶다. 수많은 자동차 이름 중에서 이처럼 우아하면서도 긴장감과 가속감이 한꺼번에 느껴지는 것이 또 있는지 모르겠다. 그야말로 총알처럼 튕겨나갈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사냥 장비를 실어나르던 운송 수단에서 유래한 이름이라고 하는데, 널찍한 적재공간을 갖춘 이 차의 실용성과도 잘 어울린다.

CLS 슈팅 브레이크
CLS 슈팅 브레이크

메르세데스-벤츠 5도어 쿠페 CLS 슈팅 브레이크(Shooting Brake)는 외모부터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벤츠는 쿠페라고 하는데 이걸 왜건으로 보는 사람도 꽤 있다. 사실 엄밀히 따지면 어느 한쪽에 딱 들어맞지는 않아서, 벤츠 측이 주장하는대로 `지금까지 존재하지 않았던 획기적인 차종`으로 보는 편이 맞을 지도 모른다. 다시 말해 이 차는 그냥 `슈팅 브레이크`다.

여기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할 것 하나. 온라인에서 슈팅 브레이크 외모 논쟁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멋지다`고 말하는 사람도 많지만 `이상하게 생겼다`고 말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실제로 주변 사람들에게 사진을 보여주면 의견이 갈렸다. 그러나 최소한 10명 이상의 지인에게 차를 직접 보여준 결과 모두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 그만큼 사진으로 볼 때와 직접 볼 때 느낌 차이가 크다는 의미다. 어느 차나 마찬가지겠지만 슈팅 브레이크의 외모를 평가할 때는 반드시 차를 실물로 볼 것을 권한다.

친구 부부와 여행을 다녀왔다. 차에 탄 친구네는 “멋있다” “고급스럽다”를 연발했다. 인생에서 가장 화려하고 싶은 신혼부부의 감성마저 흠뻑 적셔줄 정도로 이 차 내부는 고급스러웠다. 바늘로 정성스레 한땀한땀 뜬 것 같은 가죽이 그랬고, 크롬빛 번쩍이는 인테리어가 그랬다. 특히 센터페이서 한가운데 위치한 아날로그 시계가 높은 점수를 받았다. 한곳에 몰려 있는 조작버튼은 비교적 조작이 쉬웠으나 내비게이션만큼은 스마트폰을 이용해야 했다. 트렁크는 많은 여행 짐을 싣고도 여유가 넘쳤다.

월미도와 인천국제공항을 거쳐 서울로 돌아오는 길을 달려봤다. 차에 오르면 전체적으로 차체와 지붕이 낮다는 느낌이 들지만 이내 익숙해진다. 대신 차체가 낮고 바퀴가 두꺼운 덕분에 고속에서 뛰어난 안정감을 자랑한다. 차 전체가 맹수를 연상케 하는 팽팽한 긴장감으로 가득해 저속이든 고속이든 가속페달에 민첩하게 반응한다. 최고출력 204마력에 최대토크는 51.0㎏·m이다. 차체가 4955㎜로 길어 운전이 어렵지 않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오히려 큰 덩치에 비해 유려한 코너링 실력을 뽐내 운전자를 기분 좋게 한다. 디젤 모델로서 복합연비 15.0㎞/ℓ도 훌륭하다.

스포츠 모드에서 엔진 소리가 조금 들리는 것을 제외하면 슈팅 브레이크에선 별다른 내·외부 소음을 느끼기 어렵다. 그래서 음악 듣기가 좋다. 이 차 오디오는 저음에서 너무 정직한 소리만 내서 자칫 실망할 수 있다. 그러나 볼륨을 조금 높이면 명징하고 풍부한 음색을 한껏 들려준다. 목소리보다는 악기 소리를 더 잘 전달해준다는 느낌이 들었다. 스턴 게츠(Stan getz)의 재즈 음반을 들으며 서울로 돌아오는 길은 기억에 남을 만했다.

김용주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