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ARM 코어 기반 마이크로 서버용 중앙처리장치(CPU) 양산에 돌입했다.
서버용 CPU 시장 90%를 장악한 인텔과 한 판 승부를 피할 수 없게 됐다. 두 거대 공룡 기업의 행보에 시장의 관심이 집중된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기흥 S1라인에서 ARM 코어텍스 A-15 기반 32비트 저전력 CPU 양산에 들어갔다. 공정은 28나노 하이K메탈게이트(HKMG)를 썼다.
일각에서 제기했던 삼성전자 ARM 코어텍스 A-57 기반 64비트 CPU 출시설은 내년쯤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가 개발한 저전력 CPU는 델·HP가 오는 10월 내놓는 신제품 마이크로 서버에 장착된다. 사업 초기부터 인텔과 정면 승부를 피하기 위해 기존 서버 시장 대신 새로 부상한 마이크로 서버 시장을 타깃으로 정했다. ARM 코어텍스 A-57 기반 CPU를 내놓는 내년이 인텔과 경쟁을 벌이는 첫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A-15 기반 CPU를 출시해 테스트를 진행하고, 내년 초 64비트 A-57 기반 제품을 내놓아 서버 시장에서 입지를 다질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서버용 CPU 개발을 위해 2~3년 전 ARM과 아키텍처 라이선스를 체결했다. 아키텍처 라인선스는 ARM 코어를 재설계해 자체 플랫폼을 만들 수 있는 계약이다. ARM은 애플·퀄컴 등 일부 업체에 한해 코어 계약보다 한 단계 높은 아키텍처 라이선스를 맺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0월 서버용 CPU 개발을 완료했지만, 상용화를 위한 검증 작업이 남아 공개하지 않았다.
업계 관계자는 “A-15는 모바일 시장에서 검증이 끝난 만큼 완성도에서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며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시장에 성공적으로 자리 잡은 삼성전자가 서버 시장에도 안착할 수 있을지 기대된다”고 말했다.
서버 업체들은 인텔 의존도가 너무 높아 삼성전자·마벨 등 ARM 기반 서버용 CPU 업체에 우호적이다. 삼성전자는 이런 구도를 활용해 마이크로 서버 시장에 자리 잡는다는 전략이다.
마이크로 서버는 아직 틈새시장에 불과하지만 향후 상당한 성장이 기대된다. 미국 전체 전력 중 3%를 인터넷데이터센터(IDC)가 차지한다. 데이터 증가 속도가 빨라지면 전력 소비도 비례해 늘기 때문에 기존 서버로는 감당하기 어렵다.
구글·페이스북·야후 등 기업은 운영비 절감을 위해 마이크로 서버 도입에 적극적이다. 최근 페이스북은 델에 2만대가량의 마이크로 서버를 한 번에 주문하기도 했다.
시장조사 업체 IHS 아이서플라이는 올해 마이크로 서버 출하량이 지난해보다 세 배 이상 증가한 29만1000대를 기록할 것으로 관측했다.
삼성전자 DS사업부 관계자는 “모바일AP 응용처 다변화를 위해 서버용 CPU 등 다양한 분야 사업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형수·오은지기자 goldlion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