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세의 디자인스토리] <24> ALO - 어디까지 디자인해봤니?

안경은 제품과 패션의 경계에 있다. 안경은 기본적으로 떨어진 시력을 보정하기 위한 도구지만 몸에 착용하는 것이므로 전통적으로도 의복과 함께 발달해왔다. 소재와 기술이 발달하면서 인체에 적합하도록 진화해왔다. 최근에는 가볍고 탄력 있는 소재의 개발로 디자인의 활용도가 높아졌다.

[김영세의 디자인스토리] <24> ALO - 어디까지 디자인해봤니?

외국 패션계에서는 일찍이 안경을 선글라스와 함께 다뤄 그 시장과 영향력이 크지만, 우리나라 관련 기업들에 안경은 패션이 아닌 의료 제품에 가까웠다. 국내 안경산업이 새롭게 도약할 기회를 만들기 위해 안경 생산과 유통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한 전문기업 `알로(ALO)`와 이노디자인이 힘을 합쳤다.

자사 브랜드 아이덴티티와 잘 맞는 디자이너와의 콜라보레이션은 짧고 굵게 장점만을 끌어낼 수 있는 방법이다. 융합이 경쟁력인 만큼 안경업계에서도 생산·유통 전문기업과 디자인 브랜드 전문기업 간 협업이 중요해졌다. 이노디자인과 알로는 세계시장 진출 이라는 공동 목표를 세우고 양사의 경쟁력을 상호 보완한 `윈윈(Win-Win)` 전략을 만들었다. 패션디자이너가 제품과 마케팅에 콜라보레이션을 하는 것과는 달리 이노디자인은 브랜드 아이덴티티까지 고려한 탄력적인 매장 디스플레이 디자인까지 제안했다.

내가 디자이너로서 만든 브랜드 `티라인(T-line)`은 12년 전 내가 태극기로부터 발견한 디자인 패턴에서 파생된다. 아름다우면서도 한국인의 특성을 그대로 닮은 선을 모티프한 디자인이 특징이다. 본지 1월 24일자 김영세의 디자인스토리 〈2화〉 참조

티라인은 소비자의 라이프스타일 전반을 제안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식기류, 리빙 패브릭, 퍼스널 액세서리, 필기류 등 다양한 아이템을 선보였다. 아이덴티티를 확장하는 의미에서 알로와 손을 잡고 선글라스까지 출시하게 됐다. 알로에는 한국을 넘어 세계적인 브랜드로 도약하기 위한 상징적 아이템으로 제안됐다. 안경 다리 부분에 각각 다른 티라인 패턴을 입힌 6개의 선글라스를 소비자들에게 쉽고 재미있게 보여주기 위해서 패턴을 강조하고 스토리를 전해주기로 했다. 매장에서 볼 수 있는 영상에는 티라인의 탄생배경을 보여주기 위해 국립중앙박물관 나들길 이야기부터 시작했다. 본지 1월 21일자 김영세의 디자인스토리 〈1화〉 참조

“디자인은 표현입니다. `박물관 나들길` 디자인을 통해 표현하고 싶었던 것은 나의 한국사랑이었습니다.”

이야기 흐름 속에는 소비자가 지금 마주하는 것이 그냥 패턴이 아닌 `모던 코리아`의 이야기가 담긴 라인이라는 점을 알리기 위해서였다. 알로 매장 중에서도 가장 유행에 민감한 가로수길 매장을 타깃으로 다양한 상품이 진열됐다. 티라인 머그컵도 선글라스와 같이 알로 목각인형 책상에 놓아져 목각인형이 마치 커피를 마시면서 안경을 만드는 것 같은 유쾌함도 더했다. 많은 사람들이 매장을 지나치면서 머그잔을 옆에 둔 목각 인형에서 숨은 그림을 발견한 듯 재미를 찾길 바란다. 유행을 이끄는 브랜드인 알로에 더 재미있는 요소를 부여하기 위해 마련한 론칭파티에서는 한국의 멋이 더 이상 고고하거나 무겁게만 느껴지지 않았다. 현대적이면서도 재미있고, 젊고 유쾌한 한국을 알로 안경에서 만나볼 수 있다.

이노디자인은 미국 실리콘밸리에 1986년 창업한 이후 한국의 대표기업에 디자인 컨설팅을 제공하고 있다. 함께 세계시장 개척을 위해 도전했다. 일부 기업들에 초기 디자인 체계를 잡는데 일조했던 것에 자부심을 갖는다. 이제 다른 국내 기업들도 세계화 진출에 성공한 대표기업들이 했던 디자인과 브랜딩에 투자를 해야 할 시점이다.

하지만 콜라보레이션은 파트너 사이의 균형이 중요하다는 점에서 우리나라에서 패션계를 제외하면 아직 이렇다 할 두각을 보이는 후배 디자이너가 없는 것이 안타깝다. 나와 같은 선례를 두고 많은 개인 역량을 가진 스타 디자이너들이 나오길 바란다. 그들과 함께 더 많은 스타 기업이 나와 세계에 이름을 알릴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김영세 이노디자인 회장 twitter@YoungSe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