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가 명령과 통제, 그리고 관리가 통용되는 조직사회에 순응과 복종을 강조하는 시대였다면 21세기는 명령과 통제의 사슬을 창조적으로 파괴하고 자신의 전문성을 무기로 자유를 선언한 개인의 시대라고 볼 수 있다. 전자를 대변하는 동물이 개이고, 후자는 고양이다. 사람은 개를 길들이고, 고양이는 사람을 길들인다. 개은 당신에게 아부하지만, 당신은 고양이에게 아부한다. 개와 고양이의 차이점을 결정적으로 반증해주는 말이 아닐 수 없다. 고양이는 때로는 여유를 보이다가도 목표물이 나타나면 기민하게 움직이는 유연한 동물이다. 고양이는 또한 할 말이 있을 때만 자신의 주장을 펼치고 스스로를 과대 평가 하거나 남을 과소평가하지도 않는다. 고양이는 개처럼 먼 산을 바라보면서 덩달아 짖어대지 않고 목표물에만 시선을 집중시켜 무섭게 달려든다. 고양이는 스스로 주인이기 때문에 자신의 능력을 누구보다 잘 안다. 고양이는 또한 누군가가 명령하고 강압적으로 요구한다고 그 요구에 쉽게 순응하지 않는다. 항상 자신이 설정한 목표에 집중하면서 주변의 권위를 자신의 능력에서 찾는다. 개의 품위는 주인에게 충성을 다할 때 유지되지만 고양이의 품위는 자신만만함과 당당함, 그리고 독자적인 발걸음으로 자신의 삶을 개척하고 있을 때 품위가 살아난다. 고양이는 사회적이지만 자신의 능력으로 독립적인 삶을 나름대로의 품위를 유지하면서 생활한다. 반면에 개는 항상 지도자가 지시를 내리기를 수동적으로 기다리다가 특정 명령이 떨어지면 그때부터 자신의 맡은 바 임무를 충실히 수행하는 충직한 비서다. 따라서 개의 존재는 개에게 명령을 내리는 주인에 비추어 종속적으로 규정된다. 주인에게 얼마나 충성하고 순응하느냐에 따라 개의 존재가치는 결정되는 것이다. 이런 면에서 개는 철저한 비서역할을 하지만 고양이는 일인기업으로 자신이 한 기업을 이끌어 나가는 기업가이자 사장이다. 지금은 주인에게 종속된 개가 필요한 시기가 아니라 자율성을 갖고 창조적 상상력을 발산하는 고양이가 필요한 시기다. 여러분은 누군가가 여러분에 무엇인가를 하라고 시킬 때까지 참고 기다리다가 오로지 주어지는 일만을 수동적으로 하는 개가 되고 싶은가? 아니면 주변상황을 스스로 판단하고 목표물을 결정해서 이를 정열적으로 달성하는 자율적이고 독립적인 고양이가 되고 싶은가
유영만 한양대 교육공학과 교수 010000@hanya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