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파리 남서쪽 블론뉴 비양주르. 파리 센강과 맞닿은 곳에 르노 전기자동차 주행시험장이 자리하고 있다. 이곳은 일반인 대상으로 전기차 충전부터 시승까지 가능한 유럽 유일의 체험장이다. 전기차 구매에도 크게 기여하며 글로벌 완성차 업체의 벤치마킹 대상으로 주목받고 있다.
르노는 과거 생산 공장이었던 이곳을 지난해부터 전기차 전용 주행시험장으로 운영 중이다. 시험장 입구에 들어서자 경차인 `트위지(Twizy)`를 비롯한 소형차 `조에(ZOE)`, 준중형 `SM3 ZE(현지 플루언스 ZE)`, 다인승 밴인 `캉구` 등 20여대가 주차돼 있다. 시험장은 강변을 따라 오르막과 내리막을 반복하는 약 2㎞의 도로가 펼쳐져 있다. 전형적인 유럽의 흐린 날씨에도 10여명의 방문객이 직원 도움을 받아 전기차 운전에 한창이었다.
베노아 트레일루 르노 주행시험센터장은 “아직 많은 사람들이 전기차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는데 이곳을 찾게 되면 이 같은 불안감이 사라진다”며 “하루 평균 60~70명이 방문해 지금까지 약 1만6000명이 다녀갔다”고 말했다. 이어 “전기차 경험이 판매로 이어져 지난 달 출시한 조에가 1700대가 팔렸고 올해만 1만대 이상 판매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조에의 한달 판매량은 우리 정부가 최근 2년간 보급 사업을 통해 판매한 약 1900대와 맞먹는다.
조에의 높은 판매량은 일반 내연기관 차량과 비슷한 수준의 가격과 배터리 사용을 보증한 전략이 주효한 것으로 분석된다. 차량 가격은 2만700유로(약 3000만원)이지만 정부 구매 보조금(7000유로)을 받으면 1만3700유로(약 2000만원)에 구매할 수 있다. 여기에 향상된 주행성능과 배터리 보증까지 판매성장을 부추겼다.
조에는 유럽연비측정법(NEDC) 모드에서 세계 최대 주행거리인 210㎞ 승인을 받았고 실제 거리도 최소 150km가 넘는다. 이 때문에 별도의 비용을 들여 충전기를 설치하지 않고도 안정적인 차량 운행이 가능하다고 르노 측은 설명했다. 이와 함께 전기차 가격에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배터리를 임대 품목으로 전환해 가격을 낮췄다. 매월 79유로(약 11만원)의 임대비용을 내면 평생 동안 최신의 안정적인 배터리를 보장 받게 된다.
현재 파리에는 약 200여곳에 충전 인프라가 구축됐고 전기차 1회 충전 시 전기요금은 1유로에 불과하다.
베노아 트레일루 센터장은 “전기차 구매 희망자 대상 조사에서 배터리 성능을 구매에 가장 큰 불안요소로 꼽아 이를 임대방식으로 전환하게 됐다”며 “한번 충전으로 150㎞의 주행이 가능하기 때문에 별도의 충전기를 갖추지 않고 일반 콘센트(220V)로 1시간 내 충전이 가능한 르노의 충전 기술도 큰 매력으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판매된 1700대 중 60%를 기업에서, 40%는 일반인이 구매했고 이들 중 70%가 세컨드카 개념이 아닌 메인차량으로 운행해 조에는 보조차량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파리(프랑스)=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