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처럼 전기 적게 쓰는 울트라북 온다?

시장조사기관 IDC에 따르면 울트라북이 처음 등장한 2011년에는 국내 전체 노트북 판매량인 281만 5,000대 중 불과 4% 남짓한 11만 4,000대를 판매하는 데 그쳤다. 하지만 2012년에는 전체 판매량이 246만 대 수준으로 줄었음에도 불구하고 울트라북 판매량은 46만 9,000대로 전체 시장의 19%를 차지하게 됐다. 업계에서는 올 한 해 울트라북 판매량이 30% 수준인 77만 대 수준으로 올라설 것으로 보고 있다.

스마트폰처럼 전기 적게 쓰는 울트라북 온다?

◇ 울트라북 구매자 “배터리는 오래갈까?” = 현재 울트라북 제조사들이 내놓는 수치를 보면 5시간 이상, 심지어는 하루 종일 어댑터 없이 들고 다니며 쓸 수 있다고 광고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이런 수치는 대부분 실제 사용 환경이 아니라 배터리 벤치마크 프로그램인 모바일마크2007을 기준으로 삼거나 JEITA(일본전자정보기술산업협회)에서 정한 방법에 따라 측정한 것이라 실제 사용환경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 결국 울트라북이라 해도 하루 종일 바깥에서 돌아다녀야 한다면 어댑터를 챙겨야 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울트라북의 배터리 이용 시간을 늘리려면 어떤 방법을 써야 할까. 가장 쉽게 생각할 수 있는 방법으로는 배터리 용량을 늘리는 것이 있다. 현재 울트라북 뿐만 아니라 휴대용 기기에 가장 널리 쓰이는 배터리는 리튬이온·리튬폴리머 배터리인데, 이 배터리에 채우는 물질의 밀도를 높이면 조금이라도 더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2차전지를 연구하는 국내외 전문가들은 대부분 “현재 리튬이온·리튬폴리머 배터리의 최적화는 거의 한계에 다다른 상태다”라고 지적하는 상태다. 그렇다면 남은 방법은 단 하나다. 바로 울트라북 내부 공간을 한계까지 쥐어짜서 배터리가 차지하는 공간을 늘리는 것뿐이다.

◇ 방법 1. 메인보드를 겹쳐라 = 지난 4월 10일부터 11일까지 양일간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인텔 개발자회의(IDF)의 한 울트라북 세션에서 인텔 관계자가 내놓은 방법은 바로 울트라북 안에 있는 메인보드가 차지하는 공간을 줄이는 것이다. 각종 부품이 몰려 있는 한 장짜리 메인보드를 쓰는 대신 얇은 기판을 몇 장씩 복잡하게 겹치는 식으로 만든다는 것. 이 과정에서 복잡하게 레이저를 뚫고 접점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생산 비용은 높아진다. 하지만 인텔 관계자는 “기술 발전에 따라 이렇게 들어가는 비용이 매년 10%씩 하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 울트라북에서 메인보드가 차지하는 면적을 줄이면 배터리를 더 담을 수 있다.
▲ 울트라북에서 메인보드가 차지하는 면적을 줄이면 배터리를 더 담을 수 있다.

이렇게 울트라북에서 메인보드가 차지하는 면적을 줄이면 무엇이 좋아질까. 인텔 관계자는 “배터리 용량이 적게는 20%에서 많게는 45%까지 늘어난다. 특히 13·14인치 울트라북에서는 비싼 SSD 대신 하드디스크와 SSD 캐시를 결합한 저장장치를 도입해서 제품 원가를 낮추는 데도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 방법 2. 대기 전력을 잡아라 = 울트라북 배터리 이용시간을 늘리는 방법은 또 있다. 바로 최대한 전력 소모를 줄이는 것이다. 특히 실제로 울트라북 뚜껑을 열어서 작업을 하는 시간보다 뚜껑을 덮은 채로 들고 다니는 경우, 다시 말해 대기 상태로 두는 시간이 길 경우에는 이 대기 상태에서 빠져 나가는 전력만 잡아도 실제 이용 시간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 인텔 4세대 코어 프로세서. 대기 전력 소모를 6분의 1 수준으로 줄였다.
▲ 인텔 4세대 코어 프로세서. 대기 전력 소모를 6분의 1 수준으로 줄였다.

이를 위해 인텔이 개발하고 있는 기술 중 하나가 바로 ‘파워옵티마이저’다. 이 기술은 USB 장치나 메모리, 혹은 디스플레이 장치는 물론 운영체제를 감시해 현재 쓰이지 않는 부분의 전력을 최대한 꺼서 전력 소모를 줄인다. 인텔 관계자는 “올 상반기 안에 출시될 인텔 4세대 코어는 대기 상태에서 쓰는 전력 소모량을 기존의 최대 6분의 1 수준까지 줄였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기술은 인텔 뿐만 아니라 각종 주변기기를 개발하는 기업과 협업이 필요하다.

▲ 인텔 관계자는 “대기상태에서 스마트폰처럼 배터리를 적게 쓰는 울트라북도 나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 인텔 관계자는 “대기상태에서 스마트폰처럼 배터리를 적게 쓰는 울트라북도 나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울트라북을 포함해 현재 PC에서 쓰이는 DDR3 D램은 전원 공급이 끊어지는 순간 저장된 내용을 모두 날려버린다. 이 때문에 DDR3 메모리는 항상 전력을 공급해 주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새는 전력도 만만찮다. 이 메모리를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에 흔히 쓰이는 저전력 메모리인 LPDDR3로 바꾸면 전력 소모가 20% 수준으로 줄어든다는 것이 인텔의 설명이다.

인텔 관계자는 “여러 방법을 동원하면 대기전력이 100mW 미만인 울트라북도 나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시 말해 대기 상태에서 시간당 0.1W, 그러니까 요즘 스마트폰이 대기모드에서 쓰는 것과 비슷한 정도로 배터리를 아끼는 울트라북이 나올 수 있다는 말이다.

◇ 소비자들의 고려사항도 ‘배터리 이용시간’ = 이처럼 인텔이 울트라북 전력소모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인텔코리아 관계자는 “울트라북 관련 대내·대외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2~3위 안에 들어오는 것이 바로 배터리 이용시간”이라고 답했다. 18mm 미만의 얇은 두께와 1kg 내외의 가벼운 두께를 보고 매력을 느낀 소비자라도 막상 “어댑터 없이 얼마나 들고 다닐 수 있느냐”를 따지기 마련이라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