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자동차 100만대 생산 "손톱 밑 가시부터"

#. 차량용 내장부품을 생산하는 무등기업은 올해 R&D를 강화하고자 정부지원 과제에 참가하려다 포기했다.

지역 내 기업지원기관 프로그램은 많았지만 막상 준비과정에서 숨통이 콱콱 막혔기 때문이다. 사업계획서만 수백페이지에 달했고 준비해야 할 복잡한 서류와 절차가 워낙 많아 시간 내기도 어려웠다.

이형석 광주시경제부시장이 친환경자동차 대중소기업 상생포럼에 앞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형석 광주시경제부시장이 친환경자동차 대중소기업 상생포럼에 앞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잘 먹는다`고 경험이 없다 보니 도전 자체가 쉽지 않다. 사업계획서 작성부터 컨설팅까지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맞춤시스템이 절실한 실정이다.

#. 차체 범퍼 제조기업인 캠스는 자체 부설연구소가 있지만 연구인력은 연중 정원미달 상태다.

설계 분야 전문 인력이 꼭 필요한 상황이지만 인력 채용은 말 그대로 `하늘의 별 따기`다. 지역대학 졸업자가 연봉 등 대우가 좋은 수도권으로 쏠리다 보니 이 같은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R&D 인력 DB와 관리시스템이 없어서 생기는 문제다. 김정일 상무가 `전문 인력 양성과 R&D 인력 DB 구축`을 절실히 외치는 이유다.

16일 광주과학기술교류협력센터에서 열린 `친환경자동차 대중소기업 상생포럼`에서는 다양한 `광주자동차 100만대 생산도시` 구축 아이디어가 쏟아졌다.

광주시와 광주그린카부품산업진흥재단이 주최하고 전자신문과 광주테크노파크, 한국광산업진흥회가 주관한 이 포럼에서 200여 산학연관 전문가는 친환경자동차산업 육성 해법을 `손톱 밑 가시 뽑기`에서 찾았다.

참가자들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동반성장을 비롯해 R&D 지원, 전문 인력 양성, 맞춤형 금형설비 지원, 네트워크 강화, 기술동향 제공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조창주 한국정밀 연구소장은 “자동차 부품은 모델 개발부터 인증까지 통상 3년 가까이 기술 개발과 투자가 이어진다”며 “하지만 정부 지원 사업은 1~2년 단기프로젝트에 그쳐 연속성이 크게 떨어진다”고 말했다.

지역 기반을 다지는 인적·물적 인프라 강화도 시급한 상황이다. 지난해 진곡산단에 둥지를 튼 G알켐의 김재근 전무는 “중소기업은 기술력이 부족하다 보니 고장 분석, 신뢰성 검사 등에 전문가 조언이 필요하다”며 “광주는 필요 장비가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에 이를 개선하려 창원과 인천 등을 오가며 시간과 돈을 낭비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동반성장이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인식도 공유했다. 대기업의 자본과 중소기업의 특화아이템이 결합하면 새 시장을 창조할 수 있어서다.

한때 부도위기까지 갔다 지난해 매출 70억원을 달성한 팜파스가 대표 사례다. 회사는 지난 2009년 사양 산업이던 VCR 제조를 과감히 버리고 차량용 LED조명 개발에 올인했다. 융·복합 트렌드를 확신한 회사는 곧바로 기업부설연구소를 설립하고 R&D 투자를 강화하면서 경쟁력을 쌓아갔다. 결국 지난해 폴크스바겐 등 글로벌 기업, 국내완성차 업체와 LED 특수조명 거래를 성사하면서 틈새공략에 성공했다.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여야가 기아차 100만대 생산 지원 의지를 밝히면서 분위기도 고조되고 있다. 기아차 광주공장이 올 초 연간 62만대 생산계획을 밝히면서 업종 전환도 활발하다.

실제로 LG이노텍 광주공장과 한국알프스 등은 기존 전자부품사업을 자동차 텔레매틱스 분야로 전환했다.

광주 전략산업인 광산업과 자동차산업의 융·복합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하지만 의지만으로는 목표 달성이 힘든 상황이다. 광주가 가지고 있는 연구 인프라에 정부의 체계적인 지원, 대기업의 육성의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배정찬 광주연구개발특구본부장은 “광주지역 자동차부품업체는 2·3차 협력업체가 다수로 기술 수준이 높지 않고 인력부족, 생산 및 개발시스템 미비 등 고충이 많다”며 “현대모비스 등 대기업이 지역중소기업과 협력해 해외수입부품 국산화 등 공동 혁신활동을 추진해 지역 업체를 경쟁력 있는 파트너로 육성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친환경자동차부품산업 육성 대책도 소개됐다.

광주시는 부품산업을 육성하고자 산업 규모 확대와 기술 개발 경쟁력 강화에 초점을 맞췄다.

현대기아차 협력업체 광주 유치와 지역기업 기술역량 제고로 그린카 산업을 육성한다는 전략이다. 기존 가솔린 자동차 60만대 생산 기반에 클린디젤자동차 30만대, 하이브리드자동차 5만대, 전기자동차 4만대, 수소연료전지자동차 1만대 등 40만대를 추가할 예정이다.

이형석 광주시 경제부시장은 “현대기아차 최고 경영진의 협조를 거쳐 협력사 광주 이전 유도와 인증지원 기반 구축, 기술 개발 컨소시엄 지원 등 관련 인프라 구축에 매진하겠다”며 “지역자동차 부품업체의 수출 기회를 확대하는 등 글로벌화를 지원하는 후속대책을 마련 중”이라고 말했다.

광주=서인주기자 si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