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교테크노밸리 전매제한 빗장 풀렸다

판교테크노밸리에 투기방지를 위해 걸어두었던 10년 전매제한 빗장이 풀렸다. 경기도가 컨소시엄 내부 동의 없이도 컨소시엄 외부기업에 지분을 매각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줬다. 특혜 논란과 형평성 문제 등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위메이드가 아이레보로부터 매입한 판교테크노밸리 사옥.
위메이드가 아이레보로부터 매입한 판교테크노밸리 사옥.

17일 경기도와 관련업체에 따르면 판교테크노밸리 일반연구단지 D-3-3필지를 개발한 코리아벤처타운(엠텍비전) 컨소시엄 참여사 가운데 아이레보가 토지 2767㎡, 건물 2만2417㎡ 규모 사옥을 위메이드엔터테인먼트에 420억원에 매각, 컨소시엄 지분을 전량 양도했다.

위메이드는 지난 9일 이 같은 내용의 판교 사옥 매입 사실을 공시했다. 매입 대금은 지난해 10월 16일 지불한 임차보증금 400억원을 매매대금으로 전환하고, 잔금 20억원은 9일자로 지급했다. 위메이드는 지난 1월 임대 형식으로 입주, 건물 전층을 사용 중이다.

투자단계에서 경영악화로 포기한 지분을 컨소시엄 내부에서 소화하거나 컨소시엄 동의를 얻어 외부에 양도한 예는 있었지만 이처럼 건물을 완공한 이후 컨소시엄 동의 없이 외부에 매각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아이레보 지분 매각은 지난달 20일 열린 판교테크노밸리 심의위원회에서 승인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경기도는 이를 위해 지난해 10월 지분 변경을 위한 필수 전제였던 컨소시엄의 지분 변경 합의서 제출 규정을 미합의 될 경우 `미합의 사유서`를 제출하는 것으로 변경했다. 전매 승인 여부를 도와 심의위에서 결정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에 코리아벤처타운 컨소시엄은 “(컨소시엄) 내부 인수 우선 원칙을 무시하고 도가 업체와 결탁해 특혜를 준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 이의를 신청했다. 컨소시엄 관계자는 “수차례에 걸쳐 `아이레보 지분의 외부 매각을 반대하며, 내부에서 인수하기로 의결했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내고 설명했음에도 도와 심의위가 무슨 이유에서인지 무리하게 관련 규정까지 바꿔가며 외부 매각을 승인했다”며 특혜 의혹을 제기했다.

컨소시엄 측은 소유권 이전을 막기 위한 가처분신청 등 매각 무효화는 물론이고 관계자 처벌까지 요구하겠다는 방침이다.

남민우 컨소시엄 위원장(다산알앤디 회장)은 “아이레보는 지난해 말 위메이드에 임대하면서 전매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지분을 넘길 의향 있으면 내부에 넘기겠다는 구두합의도 했다. 그런데 도가 규정을 변경하자 기다렸다는 듯 위메이드에 매각했다”며 “이렇게 속임수를 써가며 부당하게 외부 기업에 넘기도록 놔둬서는 안 된다”고 분개했다.

반면에 경기도는 모든 절차를 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적법하게 진행했기 때문에 문제 없다는 입장이다. 류재환 도 첨단단지팀장은 “1년 반동안 컨소시엄 내부에서 정리할 수 있도록 유예기간을 줬는데 정리가 안됐다”며 “임대사업에 활용할 것으로 판단된 컨소시엄보다는 구체적인 사용계획을 제시한 위메이드에 매각하는 방향으로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렇지만 특혜 의혹에서는 완전히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전매 승인 결정권을 도가 틀어쥔 상황에서 매매 당사자 모두 거액의 투자수익을 챙겼기 때문이다. 전매차익을 도에 반납하도록 환수장치를 마련하기는 했으나 아이레보 측이 전매차익은 전혀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신고함으로써 무용지물이 됐다. 도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못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전매제한 기간이 끝나지 않았음에도 누군가 막대한 개발이익을 실현하게 되는 한 이 같은 특혜 의혹은 끊이지 않을 것”이라며 “도가 아예 건물을 조성원가에 반납받아 재분양하는 등 특혜 의혹을 원천 차단하면서 전매제한을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원칙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전매제한 원칙도 크게 흔들릴 수밖에 없게 됐다. 이에 류 팀장도 “개발 진행과정에서는 건축에 초점을 맞췄다면 완공 후에는 운영이 중요하다. 규제와 지원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는 대안을 고민 중이다. 유동적으로 운영하고 싶다”며 변화를 인정했다.

김순기기자 soonk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