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집기는 되짚어보기다. 똑바로 볼 때는 잘 안 보였거나 보이지 않았던 사실이나 현상도 뒤집어보면 다르게 보인다. 한 번 본 것, 늘 가까이서 자주 본 것도 되짚어보면 그 동안 봤다고 생각하는 것도 전혀 다르게 보인다.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을 수없이 봤다고 생각하지만, 로댕의 조각과 똑같은 자세로 생각을 해보라고 하면 로댕의 조각상과 똑같은 자세로 생각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 그 이유는 그 동안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 조각상을 대충 본 것이다. 그래서 로댕의 조각상이 어떤 자세로 생각하고 있는지를 자세하게 되짚어봐야 한다. 보는 방법을 바꾸지 않으면 생각하는 방법도 바뀌지 않는다. 다르게 생각하려면 다르게 봐야 한다. 다르게 보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내가 사물이나 현상을 습관적으로 봤다고 생각하는 것을 되짚어보면서 간과했거나 무시했던 사물이나 현상의 본질을 다시 들여다보는 연습을 해야 한다. 뒤집기는 시비 걸기다. 정상에 물음표를 던져 시비를 거는 비정상적인 의문의 제기다. 정상적인 사람들이 원래 그렇고 물론 그렇다고 생각하며 당연하다고 간주하는 현상에 물음표를 던져 집요하게 파고들면 원래 그렇지 않으며, 물론 그렇지도 않으며 당연한 게 없다는 점을 알게 된다. 타성과 관성에 젖어 살고, 습관과 관습의 틀에 갇혀 살며, 전례(典例)와 관례(慣例)를 철칙처럼 믿고 사는 사람들은 정상적인 것을 좋아하며, 상식을 일용할 양식처럼 믿고 살아간다. 뒤집기는 바로 이런 정상과 상식에 반기를 들고 비정상적인 의문을 제기하고 몰상식한 발상을 통해 당연하다고 믿는 신념체계를 창조적으로 파괴하는 일이다. 타성과 고정관념의 감옥에 갇혀 사는 사람들에게 이전과 다른 색다른 자극을 주어 지금까지 믿고 살아온 상식을 스스로 의문시하게 만들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비정상적인 문제제기와 몰상식한 발상은 쓸데없는 엉뚱한 생각으로 취급받기 쉽다. 뒤집기는 뒤흔들기다. 스스로 먼저 뒤흔들지 않으면 남의 생각과 논리에 의해서 내가 흔들린다. 물론 심한 정신적 흔들림을 몸소 경험해봐야 내가 왜 흔들렸는지, 흔들리면서 몸소 깨달은 체험적 통찰력이 무엇인지를 알게 된다.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신념과 관념,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사유와 사상을 밑바닥부터 뒤흔들어야 내 생각의 근원과 기반이 얼마나 부실한지, 그리고 남의 생각에 의존한 빈약한 사유체계인지를 몸소 깨달을 수 있다.
유영만 한양대 교육공학과 교수 010000@hanya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