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세의 디자인스토리]<25>SKT- Total Communication Design

디자인을 중시하는 요즘 세태를 바라보며 일부 사람들은 보이는 것만 중요하다고 여길지도 모른다. 엄밀히 말해 디자인은 내면에 있는 것을 바깥으로 끌어내 눈에 보이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겉을 아무리 꾸며도 내실이 없는 디자인은 잘 된 디자인이라고 볼 수 없다.

한편으로는 가진 것이 많은데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는 측면도 많다. 국내 대형 이동통신사와 계약을 맺고, 1년 동안 `토털 커뮤니케이션 앤드 비주얼 머천다이징(Total Communication & VMD·Visual Merchandising)` 솔루션을 제공했던 것도 후자 때문이다.

당시 의뢰사의 인쇄매체 외 VMD 부문은 다수의 협력사가 개입해 통합적 관리가 이뤄지지 않았다. 디자인이 제각각이라 기업 혹은 브랜드의 정체성이 무엇인지 제대로 알 수 없어 매스미디어에 노출시키는 모습에 비해 관리가 소홀했다.

하지만 고객이 기업을 만나는 접점은 홈페이지, 광고, 프로모션, 기념품, 대리점 인테리어·익스테리어, 안내 리플릿, 가입 신청서, DM, 사용고지서, 최근에는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SNS까지 일일이 열거하자면 끝이 없다. 그 모든 것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돼 기업에 대한 인상을 결정하도록 만든다. 커뮤니케이션 디자이너는 서비스 제공자와 고객 사이에 제3자로 개입해 그 둘의 이해관계를 조율하고, 나아가 일을 더 효율적이고 기분 좋게 처리할 수 있도록 돕는다.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이동통신사의 `특별함` `고품질` 같은 정서적 편익을 고유의 개성으로 느낄 수 있도록 변화를 주면서 동시에 일관된 이미지까지 전달할 수 있도록 애썼다.

우선 의뢰사가 고객에게 발행하는 인쇄물의 이른바 `룩 앤드 필(Look & Feel)`을 통일하기 위해 정보체계, 레이아웃, 컬러, 심벌 활용 등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구축했다. 의뢰사의 이동통신 서비스를 설명하는 오렌지 컬러를 선정해 기존의 복잡한 색상을 과감하게 대체했다. 이 과정에서는 서비스의 창의성과 통신업계의 리더 면모를 표현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고객 편의를 위해서는 카테고리별 콘텐츠를 재정비하고 개발해 고객이 흥미를 느낄 수 있도록 제공했다. 사회 각계 유명인사의 인터뷰와 함께 이동통신 관련 서비스를 일상에서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스토리를 담은 잡지가 그 예다. 인쇄물 제공자 측면에서는 비용 절감과 제작·관리의 용이성을 위해 어떤 재질과 인쇄 및 가공기법을 이용할 것인지 1년간의 마스터플랜을 세우고 서서히 바꾸어나갔다. 비용 절감 역시 디자인의 역할이며 중요한 역량이기 때문이다. 이와 동시에 제작물의 외형이 정리되면 현장에 비치됐을 때 디스플레이 효과 역시 상승한다.

디자이너가 실태조사를 나갔을 때 수많은 영업소에서는 당장의 매출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공짜` `세일` 등 자극적인 홍보 문구를 붙인 쇼윈도를 볼 수 있었다. 이 같은 행위는 브랜드 이미지를 손상시키는 매우 큰 결점이 될 수 있다. 최접점인 판매 현장에서 VMD는 소비자에게 브랜드의 컨셉트와 이미지를 전달하고, 직접 매출과 연계되는 사령탑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매장을 방문할 때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이 쇼윈도다. 쇼윈도에 부착하거나 입구에 설치하는 각종 광고물, 홍보물을 전 매장이 일관성 있게 사용할 수 있도록 디자이너는 판촉물·정보물 활용 가이드라인을 구축했다. 광고물은 일관된 형태로 제작하고, 그래픽 역시 통일시키면 정보 전달력이 상승해 고객과 기업 모두에게 더 나은 결과를 가져온다. 다른 융합 매장의 광고매체와 집기도 디자인 가이드라인에 따라 일관성 있는 모습을 연출할 필요가 있다.

다만 카페 등의 분위기를 가미한 복합 매장은 일반 매장과는 다른 성격을 띠는 감성적 디자인을 적용해 고객에게 긍정적인 브랜드 경험을 주는 공간으로 꾸몄다. 단말·요금 안내 등 딱딱한 정보성 콘텐츠로만 채워진 것이 아니라 차를 마시고 음악을 듣고 책도 보고 신제품을 구경하는 등 보다 감성적 경험을 할 수 있는 서비스 공간이기 때문이디. 이를 위해 블라인드부터 직원 티셔츠, 심지어 휴지통까지 이에 걸맞은 VMD 요소를 디자인했다.

디자이너는 기업이 브랜드를 바탕으로 어떤 의미를 전달하고 싶고, 고객을 위해 어떤 일을 할 수 있는지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을 철저하게 연구하고 제안해야 한다. 정보가 범람하는 현대사회에서는 하는 일만큼이나 그 일을 어떻게 보이도록 만드는지가 갈수록 더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김영세 이노디자인 회장 twitter@YoungSe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