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피코트를 생산하는 중소 의류업체 A사. 겨울용 모피코트를 구입한 고객이 겨울 내내 제품을 사용한 후 봄이 되자 실밥이 느슨하게 제봉됐다는 이유로 반품을 요구했다. 매일 전화를 하며 인터넷에 올리겠다는 협박에 A사는 결국 전액 환불을 해줬다. 회사 관계자는 “매년 봄마다 이런 고객이 있어 이제 낯설지 않다”고 하소연했다.
#홈쇼핑을 통해 냉동만두를 판매 중인 중소기업 B사. 최근 한 소비자가 `제품에서 뼛조각이 나와 목에 걸렸다`며 피해보상을 요구했다. 해당 소비자는 치료비 외에 과도한 정신적 피해보상까지 요구했다. 홈쇼핑 업체에 신고해 더 이상 판매하지 못하게 하겠다는 협박에 금전 보상에 응할 수밖에 없었다.
중소기업 10곳 중 8곳 이상이 나쁜 소비자들의 부당요구에 굴복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3곳 이상은 경영지장까지 초래할 정도로 피해가 심각했다. 대한상공회의소(회장 손경식)는 최근 블랙컨슈머의 부당한 요구를 경험한 중소기업 200여개사를 대상으로 `블랙컨슈머 대응실태`를 조사한 결과, 소비자의 악성클레임에 대한 대응방안에 대해 응답기업의 83.7%가 `그대로 수용한다`고 답했다고 17일 밝혔다. `법적 대응을 통해 적극적으로 대처한다`는 답변은 14.3%였고, `무시한다`는 응답은 2.0%로 조사됐다.
부당한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는 이유로 `기업의 이미지 훼손 방지`(90.0%), `고소·고발 등 상황악화 우려`(5.3%), `업무방해를 견디기 어려워`(4.1%) 등을 들었다. 대한상의는 “소비자 권익이 강화되고, 인터넷 등 정보통신기술이 발달되면서 이를 악용하는 사례가 계속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블랙 컨슈머가 경영에 미치는 영향을 묻는 질문에 응답기업의 33.0%가 `경영에 지장을 초래할 정도`라고 답했다.
소비자로부터 부당한 요구를 받는 빈도는 월평균 `1~2회`(43.8%), `1회 미만`(29.1%), `3~5회`(11.8%), `11회 이상`(10.9%), `6~10회`(4.4%) 순이었다. 악성클레임 유형은 `제품사용 후 반품·환불·교체요구`(58.6%)가 가장 많았고, 이어 `보증기간이 지난 제품의 무상수리 요구`(15.3%), `적정수준을 넘은 과도한 금전적 보상 요구`(11.3%) 등이었다. 소비자문제 대응조직 설치 유무에 대해서는 `전담부서 없이 담당자만 두고 대응한다`(51.7%)는 응답이 절반을 넘었다.
전수봉 대한상의 조사1본부장은 “극히 일부 블랙컨슈머로 인해 중소기업의 피해가 심각하다”며 “정부는 소비자가 보호 대상인 동시에 건전한 소비자 문화가 정착될 수 있도록 정책을 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m
중소기업 84%, 블랙 컨슈머 부당요구에 굴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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