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조 유닉스전자 사장이 혁신 제품을 출시하며 창사 이래 첫 1000억원 매출에 도전한다.
드라이기, 고데기 등 미용기기를 전문으로 제조하는 이 사장의 명함에는 변호사와 미용사라는 직함이 나란히 박혀있다. 그는 제39회 사법시험을 합격한 검사 출신으로 유닉스전자의 고문변호사를 맡으면서 기업경영에 발을 들여놨다. 유닉스전자의 창업주인 이충구 회장의 권유로 MBA를 다녀오고, 2008년 유닉스전자에 입사하면서 기업가로 변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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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이 사장은 입사 당시부터 마음먹었던 미용사 자격증을 땄다. 컷트, 퍼머, 셋팅, 신부화장 총 4가지 실기시험을 보기 위해 6개월간 매일 퇴근 후 4시간씩 학원에서 미용기술을 배웠다.
마흔을 넘기고 새로운 도전을 하기는 쉽지 않았다. 혼자 찾아간 학원에서는 이 사장을 `아저씨`라고 불렀다. 손가락도 여러 번 베였고, 실기시험에도 두 번이나 고배를 마셨다. 전직 검사 출신으로 혹여나 선배들에게 누가 되지나 않을까 염려했다. 하지만 직원들은 물론이고, 검사 선배나 변호사 동료들도 크게 격려해줬다.
이 사장이 미용기술을 수련하는데 아내와 딸은 실습대상이자 든든한 응원군이 되어줬다. 그는 “미용기술은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는 일”이라며 “제품도 중요하지만, 결국 미용기기란 사람들에게 아름다움과 기쁨이라는 서비스를 파는 사업이란 것을 깨달았다”고 전했다.
이 사장은 “미용사 자격증을 땄다고 해서 전문가가 됐다고 할 수 없다”며 “산업을 이해하는 최소한의 자격을 갖춘 셈”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종일 서서 일하는 미용사들이 보다 편리하게 쓸 수 있는 제품을 개발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회사 제품은 시장점유율 절반이 넘으며, 특히 미용업계 종사자들에게 기능을 인정받고 있다.
유닉스전자는 올해 혁신 제품을 다양하게 내놓을 계획이다. 지난 3월 손가락웨이브(일명 `핀컬`)를 만들어주는 헤어스타일러 `스타일 큐브`를 출시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홈쇼핑에서 단일 제품으로 15개월만에 200억원의 매출을 낸 헤어스타일러 `룩커` 이상의 흥행을 기대했다. 또 머릿속 수분을 지켜주는 신제품 드라이기에 이어 두피 타입별로 쓸 수 있는 혁신 제품 개발에도 박차를 가했다. 27년만에 재개한 샤프와의 OEM 수출 계약으로 해외 매출도 크게 뛸 전망이다.
이 사장은 “검사 시절에는 범죄자밖에 보이지 않았고, 미국 MBA 시절에는 숫자로 세상 모든 것을 평가할 수 있을 것 같았다”며 “경영을 하면서 기업은 사람으로 가득 차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고 고백했다. 이는 초심으로 돌아가 그가 미용사 자격증에 도전하게 된 계기가 됐다. 결국 소통과 공감대 마련이 모든 일의 출발점이란 교훈을 얻었다.
이 사장은 “디자인과 전문성을 강화한 제품으로 이미용기기 분야 세계 1등 기업이 되겠다”고 목표를 전했다.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